(김정연 기자)
2024년 3월기사임
천대엽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월 4일 주심으로 선고한 대법원 판결이 6년 만에 법원의 성범죄 사건 판결 흐름을 바꾸고 있다. 천 대법관이 한 자폐 남성의 성추행 사건을 “장애로 인한 강박·상동행동일 수 있다”며 무죄로 파기하면서 6년 전 박정화 대법관 판결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박 당시 대법관은 2018년 10월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이하 ‘성인지감수성’ 판결).
이번에 천 대법관은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없이 인정해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천대엽 판결’)며 해석을 제한했다. 천대엽 판결이 파장이 큰 건 성범죄 사건 대부분이 CCTV 영상 같은 객관적인 직접 증거는 부족하고 피해자 진술과 정황 증거만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법원 사법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일까지 법원에서 천대엽 판결을 인용한 1·2심 판결이 두 달만에 27건이 나왔고, 전부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하급심 판결문을 전부 입수해 분석한 결과 27건 중 25건이 강간·준강간을 포함한 성범죄 사건이었다. 이 중 1심에서 징역 3~6년의 실형을 선고한 성폭행 사건을 2심에서 천대엽 판결을 인용해 무죄로 뒤집은 사건도 5건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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