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하이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영적 수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2,674 15
2024.12.16 17:28
2,674 15

#1 “나는 한 멤버가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근무 환경과 생활 환경을 지지하지 않는다. 섭식장애를 유발하고 멤버들을 자해하게 만드는 환경 역시 지지하지 않는다.”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론칭한 다국적 걸그룹 비춰(VCHA)의 미국인 멤버 케이지가 지난 8일 “특정 스태프들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 탈퇴를 선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제이와이피 미국 현지법인은 “허위 및 과장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케이팝 업계의 고질적 인권 문제가 또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수차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신뢰가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어도어와 맺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기자회견장에서 뉴진스 멤버 민지는 사태의 본질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 문제라는 얘기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번 사태에서 “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하이브의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 이른바 ‘하이브 아이돌 문건’도 멤버들을 크게 자극했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멤버 하니의 직장 내 따돌림 문제도 그중 하나다.

케이팝이 글로벌로 뻗어나간 지금 시대에도 아이돌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비춰와 뉴진스 사례에서처럼 아이돌을 ‘사람’보다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이돌을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보는 그릇된 인권 의식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하이브 아이돌 문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최고책임자들인 ‘시(C) 레벨’에 발송된 이 문건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 아님” “외모나 섹스 어필에 관련되어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짐” “좀 놀랍게도 아무도 안 예쁨”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 원색적인 표현이 다수 들어 있다. 문서에 미성년자인 아이돌 멤버가 포함돼 있어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이를 두고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리 혼탁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업계 입장에서 부끄럽다”며 “기획사들이 타사 아티스트 동향과 콘셉트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만들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표현을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된 배경으로 급속도로 팽창한 케이팝의 외형적 성장을 지목한다. 202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케이팝 업계는 아이티(IT)와 게임 업계, 금융 등 타 업종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하이브의 경우 현 이재상 대표는 구글, 박지원 전 대표는 넥슨 출신이다. 현재 하이브의 국내외 종속 회사만 71개에 이른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여러 업계 출신들이 한눈에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보고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2005년 한 광고기획사가 작성해 파문을 일으켰던 ‘연예인 엑스(X)파일’이 연상된다”며 “아티스트를 인격체로 보지 않고 돈을 벌어다 주는 일종의 재화로 보는 시각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19년 전 이른바 ‘연예인 엑스파일’은 광고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작성됐는데, 적나라한 외모 품평에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언급까지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 사회적 파문을 낳았다. 하이브 아이돌 문건도 이와 다르지 않은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문건에 거론된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 한 관계자는 “오너가 정보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제어했어야 했다. 욕망 조율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오너의 인식 개선과 경영적 성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런 문건 작성을 용인하고 함께 본 수뇌부 잘못이 가장 크다. 오너가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급속도로 케이팝 산업의 외형이 커졌지만, 경영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멀티레이블이 국내 기업에 익숙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내부 자정작용이 활발히 작동될 수 있도록 경영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아이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엔터 업계에서도 회사 오너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비판적 의견을 낼 수 있는 노동조합 같은 견제 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돌의 노동자성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21954

목록 스크랩 (0)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좋은 컬러그램 위대한 쉐딩♥ 최초공개 컬러그램 NEW 입체창조이지쉐딩! 체험단 이벤트 427 04.18 43,66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57,10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514,89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37,86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86,39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21,5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49,94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94,61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97,76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40,29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2897 이슈 처음부터 고아가 더 고통스럽다 vs 부모님이 살아계신데 미쳐있는 게 더 고통스럽다 5 12:21 174
2692896 이슈 해외에 사는 트위터리안이 외국인이 집적대는 걸 떨쳐내는 방법 12:21 91
2692895 이슈 Yellow Light (Ray Remix) - 신지윤 (Shin Jiyoon) Official video 12:21 6
2692894 기사/뉴스 "의원 끌어내라" 둘러싼 신경전…조성현 "있을 수 없는 지시"(종합) 12:20 64
2692893 이슈 코첼라 2주차 때 애드립 바꿔서 부른 엔하이픈 희승 2 12:20 53
2692892 이슈 ablume(어블룸) - Never Far Away (Prologue) (Live) 12:20 14
2692891 이슈 요즘 유행한다는 카드발급사기 피싱 1 12:20 239
2692890 기사/뉴스 ‘언슬전’ 여주 비주얼만 완성형[한현정의 직구리뷰] 12:19 106
2692889 이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시청률 추이.jpg 3 12:19 450
2692888 이슈 어제 EPL 페드로 네투 미친 극장골.gif 12:18 125
2692887 유머 캠핑판 정상화를 시도 중인 다이소.jpg 16 12:17 1,191
2692886 이슈 키오프 하늘 비스테이지 업로드 1 12:17 61
2692885 유머 @와 태어나서 본 인형중에 제일 못생김 12:17 249
2692884 이슈 자극 없이도 통했다? ‘폭싹 속았수다’가 증명한 무해력의 시대 (feat.김중혁 작가) | 역주행자들 EP. 39 12:17 76
2692883 이슈 아이브 콘수니 레이 인스타 업뎃 (ft.산책 나옴) 3 12:16 237
2692882 정보 [중요] ASTRO(아스트로) 일본 JAPAN OFFICIAL FANCLUB에 대한 알림 - 26년 3월 31일 폐쇄 3 12:16 513
2692881 기사/뉴스 한동훈 "난 특활비 집에다 갖다준 적 없어"…홍준표 저격 11 12:15 553
2692880 기사/뉴스 “엄마도 ‘다음주는 재밌냐’고”..공효진, 500억 대작 ‘별물’에 입 열었다 5 12:14 804
2692879 이슈 [단독] 'SNL' 이진혁, '솔로 데뷔 2천일' 기념 앨범 낸다 12:13 231
2692878 유머 대나무 한줄기도 엄마랑 나눠먹는(?) 후이바오🐼🩷❤️ 6 12:12 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