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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예뻐야 뜬다…아이돌을 돈벌이 상품 취급하는 ‘외화내빈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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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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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광장에서 케이(K)팝을 불렀다. 케이팝은 이제 대한민국 정신문화를 대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산업 자체만 놓고 보면, ‘덩치’만 커졌을 뿐 내적 성숙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음악산업 매출은 12조원을 넘었다. 5년 전인 2018년 6조원에 견줘 두배가 넘는 성장을 한 셈이다. 짧은 기간에 돈이 몰리면서 온갖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아이돌의 인권 문제는 여전히 지적되고 있고, ‘봉이 김선달’식 상술이 판을 친다. 케이팝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제대로 된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케이팝 산업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는다. 첫 회는 최근 불거진 걸그룹 ‘비춰’ 사태와 ‘하이브 아이돌 문건’으로 드러난, 취약한 아이돌 인권 현주소다.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론칭한 다국적 걸그룹 비춰(VCHA).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론칭한 다국적 걸그룹 비춰(VCHA).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제공
 
#1 “나는 한 멤버가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근무 환경과 생활 환경을 지지하지 않는다. 섭식장애를 유발하고 멤버들을 자해하게 만드는 환경 역시 지지하지 않는다.”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론칭한 다국적 걸그룹 비춰(VCHA)의 미국인 멤버 케이지가 지난 8일 “특정 스태프들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 탈퇴를 선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제이와이피 미국 현지법인은 “허위 및 과장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케이팝 업계의 고질적 인권 문제가 또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수차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신뢰가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어도어와 맺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기자회견장에서 뉴진스 멤버 민지는 사태의 본질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 문제라는 얘기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번 사태에서 “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하이브의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 이른바 ‘하이브 아이돌 문건’도 멤버들을 크게 자극했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멤버 하니의 직장 내 따돌림 문제도 그중 하나다.

케이팝이 글로벌로 뻗어나간 지금 시대에도 아이돌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비춰와 뉴진스 사례에서처럼 아이돌을 ‘사람’보다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이돌 인권 문제는 이전부터 늘 지적돼왔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아이돌 분야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명 국회 토론회’에서 그룹 틴탑의 전 멤버 방민수는 “데뷔를 한 시점부터 아이돌은 일, 연애, 외모, 에스엔에스(SNS) 게시물 등 그 어떠한 사소한 것까지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통제받고 억압받는다”고 말했다.

비춰의 케이지도 에스엔에스를 통해 “강도 높은 업무와 사생활에 대한 극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거의 받지 못한 채 막대한 부채를 쌓아왔다”며 “이는 케이팝 산업에 깊이 자리 잡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음악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며 “(나의) 탈퇴 결정으로 케이팝 시스템이 아이돌과 연습생을 보호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돌을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보는 그릇된 인권 의식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하이브 아이돌 문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최고책임자들인 ‘시(C) 레벨’에 발송된 이 문건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 아님” “외모나 섹스 어필에 관련되어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짐” “좀 놀랍게도 아무도 안 예쁨”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 원색적인 표현이 다수 들어 있다. 문서에 미성년자인 아이돌 멤버가 포함돼 있어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하이브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 민형배 의원실 제공
하이브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 민형배 의원실 제공
이에 하이브는 공식 사과하고 해당 문건의 작성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건 작성자인 강명석 하이브 ‘위버스 매거진’ 편집장을 직책 해제했지만, 비난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문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국회 국민청원은 지난 13일 5만명 성원을 채워, 소관 위원회에 정식 회부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리 혼탁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업계 입장에서 부끄럽다”며 “기획사들이 타사 아티스트 동향과 콘셉트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만들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표현을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된 배경으로 급속도로 팽창한 케이팝의 외형적 성장을 지목한다. 202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케이팝 업계는 아이티(IT)와 게임 업계, 금융 등 타 업종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하이브의 경우 현 이재상 대표는 구글, 박지원 전 대표는 넥슨 출신이다. 현재 하이브의 국내외 종속 회사만 71개에 이른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여러 업계 출신들이 한눈에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보고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2005년 한 광고기획사가 작성해 파문을 일으켰던 ‘연예인 엑스(X)파일’이 연상된다”며 “아티스트를 인격체로 보지 않고 돈을 벌어다 주는 일종의 재화로 보는 시각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19년 전 이른바 ‘연예인 엑스파일’은 광고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작성됐는데, 적나라한 외모 품평에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언급까지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 사회적 파문을 낳았다. 하이브 아이돌 문건도 이와 다르지 않은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문건에 거론된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 한 관계자는 “오너가 정보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제어했어야 했다. 욕망 조율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오너의 인식 개선과 경영적 성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런 문건 작성을 용인하고 함께 본 수뇌부 잘못이 가장 크다. 오너가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급속도로 케이팝 산업의 외형이 커졌지만, 경영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멀티레이블이 국내 기업에 익숙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내부 자정작용이 활발히 작동될 수 있도록 경영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아이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엔터 업계에서도 회사 오너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비판적 의견을 낼 수 있는 노동조합 같은 견제 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돌의 노동자성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2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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