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여년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정상급 베이글 가게로 꼽혀왔던 베이글 전문점 ‘엡솔루트 베이글’이 심각한 위생문제로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뉴요커들과 뉴욕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식당은 스테이크, 피자, 핫도그 등과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인 베이글 샌드위치를 파는 곳으로 ‘에싸 베이글(Ess-a-Bagel)’, ‘러스 앤 도터스 (Russ & Daughters)’ 등과 함께 대표적인 베이글 맛집으로 꼽히는 곳이다. 뉴요커들은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이곳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은 사실에 ‘1차 충격’을 받고, 폐점을 한 이유가 끔찍한 위생 불량 때문이었다는 정부 발표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14일 미 CBS 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시 보건국은 지난 11일 앱솔루트 베이글에 ‘폐쇄’를 명령했다. 현재 베이글 가게는 철문이 내려져 있고, 그 위에는 “문을 닫았습니다” “30년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이제 가야만 합니다”라는 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이 가게가 닫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베이글을 사기 위해 들렸다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앱솔루트 베이글은 참깨, 말린 마늘과 양파 등으로 토핑을 한 ‘에브리씽 베이글’ 위에 크림치즈, 훈제연어 등을 넣어 먹는 베이글 샌드위치 맛집으로 유명하다. 인근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평소 손님이 줄을 섰다. 한국에서도 ‘뉴욕에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할 베이글 맛집’으로 꼽힌다. 이 가게는 1990년대 초 태국 이민자가 또 다른 베이글 맛집인 ‘에싸 베이글’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운 뒤 문을 열었다.
소문난 맛집이 문을 닫은 이유는 위생 문제였다. 뉴욕시 보건국은 이달 초 위생 점검을 한 결과 ‘시설의 식품 또는 비식품 구역에서 실제 쥐와 쥐의 흔적’ 살아있는 바퀴벌레’ ‘안전하지 않은 온도에서 보관되는 식품’ ‘잠재적으로 위험한 화학 물질’ ‘하수 처리 시스템 파손’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샤리 로건 보건국 대변인은 “이 가게는 이미 2013년 1월과 2017년 10월에도 위생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았다”고 했다.
베이글 애호가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은 가게를 잃었다는 슬픔에 가득 찼다. 인근 주민 아사 아로(27)씨는 뉴욕포스트에 “이 베이글 가게는 뉴욕에서 최고였다”면서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했다. 가게 주인은 직원들에게는 문을 닫는 이유로 “(가게를 경영하기에) 피곤하고 늙었다”고만 말했다고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 가게는 손님들에게 무료 베이글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배달도 하지 않고 현금만 받는 최고 인기 베이글 맛집에서 무료로 베이글을 제공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call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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