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일초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수업 시연에 참석해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아, 인터넷…. 아임 베리 쏘리(I‘m very sorry).”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시연회에선 인터넷이 말썽이었다. 이날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수업을 맡은 김현아 경일초 교사는 학생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인터넷이 느려서 그래”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손으로, 펜으로 태블릿을 자유자재로 활용했지만, 보조교사 2명 없이는 수업 진행이 어려워 보였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보조교사 2명이 학생들에게 붙어 안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이뤄진 고교 수학 시연에서도 학생 7명 중 2명이 로그인이 되지 않아 수업이 5분 가량 지연됐다. 시연을 지켜보던 교육부 고위 관계자들은 서로 “아이들이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AI 교과서 시연 수업에서 학생들은 서책형 교과서와 태블릿을 오가며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었다. 고등학교 수학 수업 시연에선 학생들의 답안지를 전면 모니터에 모두 띄워놓고 비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부터 3일간 킨텍스에서 교육혁신 박람회를 열었다. 지난달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 제작사들이 각사의 교과서를 교사, 학생, 시민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AI 교과서는 내년 1학기 초·중·고 일부 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될 예정이다. AI 교과서는 디지털 기기에 AI 기능을 탑재한 교과서로, 학생 맞춤형 학습을 표방한다. 이날 공개된 AI 교과서를 보니 게임형식 도입, 문제풀이나 영어 발음 수준에 따른 개별 진단 등 구성 면에선 모든 제작사의 교과서가 거의 유사했다.
교육부가 섭외한 교사를 뺀 나머지 교사, 학생들은 일부 장점이 있다면서도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업 시연에 참여한 백지윤 성문고 학생은 “원래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을 많이 해 어색하지 않았다”며 “AI 챗봇은 새롭게 느껴졌는데 나머지는 기존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온 초등교사 A씨는 “학생 개별 진단을 내리는 시스템은 유용해 보인다”면서도 “성적 중상위권 학생들은 약점 파악 등이 중요하지만 수업에 의지 자체가 없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수업 시연 도중 인터넷이 끊겨 5분 가량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김원진 기자
교과서 선정을 교사들이 하기 때문에 교과서 업체 입장에선 이날 박람회가 일종의 쇼케이스였다. 교과서 업체 담당자가 “AI 교과서로 선생님이 수업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고 하자 한 교사는 동료들과 “교사의 수업방식은 천차만별인데 오히려 기기와 AI 교과서에 교사의 수업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눴다. 수업 시연과 업체 설명을 모두 지켜본 초등교사 A씨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여러 개 써왔던 입장에선 AI 교과서와 기존 프로그램과 차이를 크게 못 느끼겠다”고 했다.
교사와 교과서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AI 교과서 도입을 하기엔 “현장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온 초등교사 B씨는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교과서 선정과 보급, 교사 연수까지 마쳐야 하는데 일정이 정말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AI 교과서 제작업체 C사 관계자는 “12월 한달 동안 전국 학교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두곳 중 한곳 정도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며 “왜 교육부가 미리 인프라 구축을 안 해놨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가 과밀학급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한시적 정원 외로 채용한 기간제 교사를 활용해 과밀학급 문제도 해소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인터넷망 확충이 필요한 4000개 학교에는 올 겨울방학 중 추가설치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가결되면서 AI 교과서 내년 도입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야당은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AI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현장에 강제할 수 없게 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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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람 아니어도 누구나 예상하고 우려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