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찬성 선회로 탄핵소추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 대표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공격과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한 대표 체제는 사실상 붕괴됐다. 당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경선 룰 등을 정비한 뒤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게다가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찬성을 밝히기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탄핵 찬성 여론을 등에 업는 데도 실패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한 대표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탄핵에 반대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 체제 붕괴에 앞장서면서 여당 새 판 짜기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 대표 사퇴 이후 혼란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동훈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 “헌재 심판과 수사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맡기자. 우리는 당 정비와 탄핵정국 수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윤석열, 한동훈)이 탄핵된 것이지 한국의 보수세력이 탄핵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안철수 의원·유승민 전 의원·오세훈 서울시장은 탄핵 찬반을 떠나 하나로 뭉쳐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찬성에 따른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합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SNS에서 탄핵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지금은 대한민국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는 물론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우리는 헌법에 따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이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며 “탄핵 소추안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서로를 존중하고 분열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며 “여야를 넘어 서민경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거국적 협력과 위기 극복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된 채 치러진 대선을 교훈 삼아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득표율은 24.0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득표율은 6.76%에 그쳤다. 중도로 분류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1%를 득표했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4일 BBC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건만 맞는다면 저는 대통령 선거에서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보수 정치권에 대한 대변혁이 예고된다”며 보수진영을 대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985년 3월생인 이 의원은 헌법상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에 따라 헌재 판결이 1월31일 이후에 나와야 출마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차기 대선은 이르면 내년 4월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2월 파면, 4월 대선이 이뤄질 수 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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