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고통 없는 곳으로"... 39년 돌본 장애아들 살해한 아버지 징역 3년은 정의인가
5,433 40
2024.12.15 08:40
5,433 40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 이천동의 한 주택. 여느 때 저녁처럼 A(63)씨는 중년의 아들(39)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의 보살핌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을 오랜 세월 동안 하나부터 열까지 돌보고 챙겨 온 A씨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아버지만큼이나 아들의 감정도 나날이 고조되고 있었다. 평생을 장애와 함께 살아오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삶에 대한 비관이 쌓이고 쌓였을 터. 아들은 식탁 위에 올라와 꼬리를 흔들던 반려견을 발로 차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이 모습을 지켜보던 A씨에게 수십여 차례 이렇게 말했다.

"아빠 같이 죽어, 죽자. 아빠 같이 가. 이제 악마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천사가 있는 하늘나라로 같이 가자."

더 이상 아들을 지켜 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심이 선 A씨는 한 달 치 우울증 약과 보드카 한 병, 소주 반 병을 들이켠 뒤 부엌으로 가 흉기를 집어 들었다. 화장실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던 아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어 평생을 돌본 아들을 따라가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몇 시간 뒤 일을 마치고 귀가한 A씨의 아내는 피투성이로 숨진 아들과 의식불명 상태인 남편을 보고 소스라쳤다. A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부지했다. 아들은 "같이 가자"고 했지만 A씨는 더 이상 아들의 곁에 함께 있을 수 없게 됐다.

A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 어재원)는 지난달 25일 A씨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39년 넘도록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보살폈고,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통상의 자녀 양육보다 많은 희생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부모로서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삶을 앗아가는 것은 경위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들은 정신지체 3급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2014년에는 뇌출혈까지 발생해 1급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됐다. 이때부터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들을 돌보며 간호하는 데 헌신했다. 아들의 곁에는 언제나 A씨가 있었다. 온전히 돌봄에 전념하기 위해 A씨의 아내가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변에서는 아들을 장애인시설에 보내라고 권유했지만 남들은 뭐라 해도 A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장애인시설에 보낸다는 것은 그의 선택지에 포함될 수 없었다.


아들은 장성했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간병에 대한 부담은 커져만 갔다. 설상가상 2021년 3월 A씨는 허벅지와 다리 근육이 파열되고 발가락이 절단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유증이 찾아왔지만 지난해 8월 보험사는 '더 이상 치료비를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자 정신적 스트레스는 극심해졌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해 8월부터 A씨에게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같이 죽자"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비관적인 아들의 말과 지칠 대로 지친 마음, 교통사고까지. 무력해진 A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용서받지 못할 선택 쪽으로 점점 기울어졌다.


아내는 법정에서 "남편이 아들을 전적으로 부양하며 고생을 많이 했고, 양육과 간호를 맡기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둘째 아들도 "모든 일을 접고 간병에 애쓴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생명을 해하는 것은 범죄임에 틀림없지만, 이 사건은 한 개인과 가족이 떠안기에는 너무나 지독한 상황인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방관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 큰 만큼 형법 제53조 '작량감경(범죄에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행하는 형의 감경)'을 이번 사건에 적용해 가족과 사회의 선처 요구에 응답해 달라"고 했다.


법원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재판부는 지난 9월 열린 공판에서 "자녀나 병중에 있는 부인을 살해하는 행위 등 극히 드물지만 유사 사례에 비춰 실형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의 건강상태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 (양형에)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A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는 이런 고민을 뒷받침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심신미약은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져 정서적으로 압도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술과 과도한 약물을 복용한 뒤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그렇다고 법원이 살인의 정당성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부모로서 자신 또는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어떤 경위를 불문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범행은 어디까지나 피고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책임 역시 온전히 피고인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는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던 피고인에게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 속에 삶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가슴 아픈 사정과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인간 생명의 존귀한 가치 역시 고민하고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심 끝에 내린 징역 3년형. 살인죄에 대해 무거운 처벌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형벌인지 세간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씨 측은 이달 4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https://naver.me/xRhndcBo

 

목록 스크랩 (0)
댓글 4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위즈덤하우스]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 개정판 증정 이벤트✨ 448 12.13 40,08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187,62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245,51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988,25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392,2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0 21.08.23 5,553,34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3 20.09.29 4,512,33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1 20.05.17 5,123,14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4 20.04.30 5,545,23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374,89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78844 이슈 재쓰비 홍콩 디즈니랜드가서 놀이기구 타는데 어두운곳에서 가비 치아만 빛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wt 3 22:54 397
2578843 이슈 멤버 전원 2월생 음방 엠씨 경력직 이탈리아 브랜드 앰버서더인 NCT 도재정 3 22:52 413
2578842 이슈 '동덕'이라고 써놓은 차를 박살내는 남자들 18 22:51 944
2578841 기사/뉴스 예언가 명태균, “민주당 정권재창출 56%, 이재명 대통령 30%” 39 22:50 2,426
2578840 유머 대한민국 군 현재 상황 17 22:49 3,516
2578839 유머 매형이 지 혼자 꿀빨려고 집들고 날랐음 16 22:48 3,412
2578838 기사/뉴스 ‘박근혜 변호인’ 유영하, 탄핵 찬성 국힘 의원에 “쥐XX” 8 22:48 1,042
2578837 유머 유시민 "이재명이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지지 안했을 것" 204 22:47 12,718
2578836 이슈 윤일상 프로듀싱 걸그룹 UDTT(우당탕탕 소녀단) 선공개 곡 'RETRY' 1 22:47 159
2578835 이슈 [9화 예고 FULL] "그냥 운명이야" 금세 들킨 둘만의 겉잡을 수 없는 비밀 연애! 🙄 이제는 집안의 허락만이 남았다! #사랑은외나무다리에서 EP.9 1 22:44 419
2578834 유머 지금 케톡 온에어에서 이렇게 보고 있다는 예능 36 22:43 6,254
2578833 기사/뉴스 [단독] 윤석열, 검찰 조사 출석거부 사유 “변호사 선임 안 끝나” 69 22:41 4,205
2578832 이슈 정식 발매되길 바라는 팬들이 엄청 많은 플레이브 외계어송 1 & 2 & 3 10 22:41 393
2578831 유머 반에서 무조건 3명 이상 좋아했을듯한 츤데레쌤 22:41 1,187
2578830 이슈 차 보닛에 >동덕< 적은 뒤 차 박살내는 컨텐츠를 업로드한 90만 유튜버 122 22:39 8,957
2578829 이슈 [속보]‘계엄군 3인방’ 모두 ‘정점’으로 윤 대통령 지목…“‘국회의원 왜 못 끌어내냐’ 언성” 11 22:38 2,393
2578828 유머 통기타 1명 vs 베이스 100명 3 22:37 1,182
2578827 이슈 윤석열 탄핵 좋지아니한가! 9 22:36 2,188
2578826 이슈 내년에 개봉예정인 짱구 극장판 포스터 28 22:34 2,615
2578825 유머 대구덕들 좀 봐줬으면...(강아지) 19 22:30 3,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