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스스로가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4,866 18
2024.12.14 23:42
4,866 18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이었다.

경찰의 발에 아랫배를 밟혔을 때 노조를 떠났다. 교도소에서 나온 뒤 성희 언니를 따라 얼마간 노동운동에 몸담았지만, 성희 언니와 달리 온건한 실무만을 맡았다. 그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격이 다른 단체로 옮겨왔고, 깊이 상처 입히는 길이란 것을 알면서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

지금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에 담긴 휴대용 녹음기와 테이프를, 결국 월요일 아침 우체국에 들러 윤에게 반송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버스에서 터져나오는 여자애들의 쨍쨍한 노래에 이끌려 광장으로, 총을 든 군대가 지키는 광장으로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남겠다고 가만히 손을 들었던 마지막 밤처럼,

희생자가 되어선 안돼,라고 성희 언니는 말했다.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 한강, 소년이 온다


veDnNV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코스알엑스 체험단 100명 모집💙 신입 코스알엑스 보습제 더쿠 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653 04.18 49,84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60,43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528,07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47,03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95,66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27,63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4 20.09.29 5,654,21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404,97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700,88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51,9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04609 이슈 지귀연 재판장은 이러한 피고인측의 취조성 신문을 제지하지 못한 데다가, 심지어 증인을 그냥 방치해 놓기도 했습니다. 1 21:42 144
1504608 이슈 노력파였다는 키키 키야 한국무용과 시절 1 21:40 305
1504607 이슈 영원히 카즈하가 턴 도는 걸 멍하니 바라보게 됨… 6 21:38 641
1504606 이슈 교황 선거를 콘클라베라고 부르는 이유.jpg 10 21:38 1,067
1504605 이슈 아들 군대에 보낸 어머니의 웃음이 절규로 변해버림.mp4 19 21:37 1,635
1504604 이슈 [KBO] 평균 자책점 순위jpg 15 21:37 635
1504603 이슈 류현진: 성심당 망고시루보다 딸기시루가 더 맛있다 21 21:36 2,018
1504602 이슈 top100 진입할 수 있을지 궁금한 여돌 노래 21:36 216
1504601 이슈 대통령 탄핵 TF팀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인 대존잼 BL소설.jpg 2 21:36 410
1504600 이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특출하는 투바투 수빈과 연준 2 21:36 632
1504599 이슈 서울대 연구팀이 까치도 까마귀처럼 얼굴을 알아보는지 실험함 9 21:35 1,014
1504598 이슈 현재 실시간으로 난리난 보배드림 태국 유튜버 불륜사건.jpg 19 21:34 3,233
1504597 이슈 영남 경선 결과 후, 권영세+권성동 “무슨 푸틴 후세인 득표율 같어” -> 김민석 “그럼 푸틴 후세인 같은 독재자를 깼는데 90은 넘지~“ 18 21:33 577
1504596 이슈 아이브 안유진 라코스테 인스타/트위터 업뎃🐊🎾 10 21:31 317
1504595 이슈 [네이트판] 매일 아내보고 지능낮다는 남편...누구잘못? 38 21:31 1,699
1504594 이슈 이준영, '시총 592조' 기업 아들이었다…"넷플서 매달 하나씩 공개되는 수준 8 21:30 2,041
1504593 이슈 판) 제 이혼결심이 성급한걸까요? 21 21:29 2,073
1504592 이슈 조금전 쇼케에서 공개된 카이 - Wait On Me 무대 14 21:29 268
1504591 이슈 비정상인 교회(순복음) 35 21:28 1,679
1504590 이슈 홍장원 “내란 국무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면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아무 죄도 없는 거냐“ 8 21:28 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