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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극우 유튜버’처럼…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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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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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전형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이지만, 이번엔 발화자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추동한 배경에 이 음모론이 있었음을 실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불통과 실정으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통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성찰 없는 위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음모론이 어떻게 민주사회를 극단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모른다.

차고 넘치는 반증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밑도 끝도 없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생명을 연장해왔다. 진보든 보수든 진영을 가리지 않고, 기대와 다른 선거 결과를 받아든 일부 유권자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은 ‘인지 부조화’를 해소할 도피처를 제공했다. 대통령까지 사로잡힌 부정선거 음모론의 진위를 따져봤다.



극우 유튜버 빙의한 대통령



음모론은 약간의 진실에 거짓을 섞어 제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이유가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등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 ‘팔이 안으로 굽어서’는 아니다. 민경욱 전 의원이 2020년 4·15 총선에서 패배하고 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선거를 통해 구성된 국가기관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쪽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선거소송의 중대성만 고려해 이같이 판단한 게 아니다. 선거인명부의 작성부터 투표와 개표, 결과 공표까지 전 과정에 여야 정당의 참관인, 시민 참관인이 참여하는 선거 절차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명백한 부정이 발생했다면 정당 참관인으로 자기 사람을 보낸 원고 측이 모를 수 없고,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입증 책임을 들어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접수 직후 바로 기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법원은 2년 넘게 이 사건을 심리했다. 선거 당일 투표에서 1등을 하고도 사전 투표에서 2등을 해 낙선한 민 전 의원은 사전투표지가 위조됐고, 전산을 통해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선관위는 QR코드를 통해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하는데,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담긴 사전투표지가 다수 포함됐다는 주장이었다. 압수수색은 없었지만, 강제수사에 버금가는 검증이 이뤄졌다. 대법원이 사전투표지 4만5000여매의 QR코드를 민 전 의원 측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통해 판독했다. 그 결과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적힌 사전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고, 일련번호가 중복된 경우도 없다는 걸 밝혀냈다.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건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결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꼽았다.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재료를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기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는 데 권력의 의지가 투영된 흔적에 가깝다.



권력기관이 음모론 확산에 일조?



국정원과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선관위에 대한 합동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이 보안 점검은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일단 법적 근거도, 유례도 없었다. 국정원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부문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한다. 하지만 선관위 등 독립된 헌법기관은 국정원의 보안 점검 대상이 아니다.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국정원에 보안 점검을 요청해야 했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국정원 보안 컨설팅을 받으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 그러나 선관위 고위직의 자녀 채용 비리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선관위는 국정원에 보안 점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수상한 점은 더 있다. 3개 기관의 합동 점검인데도 결과는 국정원과 선관위가 지난해 10월 10일 ‘각각’ 발표했다. 두 국가기관이 같은 날, 같은 주제로 공표하면서 상반된 내용을 발표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은 가상 해킹을 해보니 선관위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발표했다. 유권자 이름과 투표 여부 등이 담긴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해 사전 투표한 사람을 투표하지 않은 것처럼, 사전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투표한 것처럼 바꿔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개표시스템의 보안관리가 허술해 해커가 개표 결괏값을 변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락을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발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 발표 이튿날 한 극우 유튜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해킹부대가 움직였다면 안방 드나들 듯이 선관위를 드나들었을 것이다. 안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선관위는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가상 해킹이 이뤄질 당시 선관위는 국정원에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였고, 해커의 침입이 있을 때 경고음 등을 울리는 자체 보안시스템도 꺼뒀다고 밝혔다. 해커 침입이 특별히 용이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개표 결과를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개표 결과는 개별 개표소의 개표상황판과 전산시스템 양쪽에 입력된다. 양쪽의 값이 다르면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개표소에는 정당 참관인 등 많은 사람이 상주하며 개표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곧 부정선거가 가능하려면 전산시스템에서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거로는 충분치 않고, 실물 투표지 조작은 물론 폭넓은 참관인 매수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양측이 별도로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결과 발표 범위나 발표 내용에 대해서 협의를 하긴 했는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선관위와 국정원이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다”고 했다.

보안 점검 후 취약점을 공개하는 건 보안업계의 관례에 비춰도 일반적이지 않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점검 결과를 절대 공개하지 않게 돼 있다.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보안 점검 결과 발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에 선거시스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외부로부터의 해킹 시도로 개표 결과 조작이 이어지는 건 사실 논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발표가 이뤄진 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용산의 정서와 독립된 헌법기관들까지 보안 점검 업무를 확대하려 했던 국정원 내부의 욕망이 맞아떨어진 거로 본다”고 했다.



증오하며 닮아간 좌우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조는 그 반대편에 있는 방송인 김어준씨다. 주장이 ‘세련됐냐, 투박하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측의 논리구조는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학계에서 진지한 의혹 제기로 다뤄지지 않았다. 공인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몇몇 누리꾼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수집해 끈질기게 반박해왔다. 누리꾼 ‘길벗’이 대표적이다. 그는 김어준씨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2012년부터 음모론을 반박하기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왔는데, 2020년부터 이뤄진 극우 유튜버의 의혹도 반박하다 보니 이 자료가 430페이지까지 늘어났다. 그는 “양측의 논리가 판박이”라고 본다.

일단 양측은 통계학적 의혹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김어준씨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2012년 18대 대선을 문제 삼았는데, 의혹의 골자는 투표지분류기가 분류를 못 해서 수개표한 표 중 박근혜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의 표보다 1.5배 많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K값’ 의혹이다. 이 음모론은 모든 유권자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두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율도 1 대 1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음모론은 문 후보의 지지층보다 박 후보의 지지층이 고령화됐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고령층 유권자는 노안, 손떨림으로 인해 기표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고, 미분류표도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 2020년 4·15 총선 이후 주장하기 시작한 사전 투표 조작 의혹도 모든 유권자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K값’ 의혹과 닮은 꼴이다. 실제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사전투표에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 음모론을 해소하는 데 있어 양측은 차이를 보였다. 길벗은 “소위 좌파 진영은 비교적 빠르게 정리했다. 민주당이 시연도 하면서 현재의 투·개표 시스템에서 조작은 원천 불가하다는 걸 파악했다”며 “우파 진영은 상대적으로 게을렀다. 이준석 전 대표, 당 중진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2020년 총선 끝나고 우파 진영에서 이 음모론을 제기할 때 싹을 잘라야 한다고, 폐해가 클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비상계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진보진영이 음모론으로 영화도 만들고 논문도 쓰면서 성공의 방정식을 증명했고, 보수진영이 이를 투박하게 답습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되면서 확산 채널이 많아진 것, 온라인상의 에코챔버(자기 생각과 비슷한 의견만 접하며 자기 확신을 갖는 현상)와 필터버블 현상(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노출하는 현상)도 원인이다. 유튜브도 외부 자문을 받아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브 채널을 퇴출하고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국가 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어도 돈이 되는 수익 구조를 제약하거나 처벌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3915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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