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출장 중 일본인들과 나눈 대화... "우리도 한국처럼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 가져야"
다시 "보통 이런 경우가 많이 있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야구나 선거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말이다. 아마 한국 상황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 40대 직장인들이 사 갔다고 했다.
대합실에 들렀다. 예상대로 40~50대 직장인과 아주머니들이 모여 관련 소식을 TV로 접하고 있었다. 자신을 오카모토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비상계엄이라는 말은 2·26 군사 반란(1936년 2월 26일, 일본 육군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1483명의 병력을 이끌고 일으킨 사건) 이후로 처음 들었습니다. 설마 한국에서 비상계엄을 할지 몰랐고, 그래서 놀랐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화에 앞장선 나라인 만큼 잘 지켜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옆에서 대화를 엿듣던 마츠다씨(65)도 거들었다.
"한국은 국민들이 군대를 막았습니다. 사진 보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일본 (국민)도 (정치에) 관심을 뒀으면 좋겠습니다."
▲ 일본 아사히 신문의 한국 비상계엄 관련 1면 헤드라인 보도 내용 12월 5일과 6일에 이어 우리나라의 비상계엄 상황을 보도하며, 야당(더불어민주당)의 탄핵안 제출 소식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이라는 사진과 설명이 보인다. |
ⓒ 김관식 |
이튿날 5일, 출근 시간에 핫초보리 인근 편의점에서 신문을 골라 나오던 30대 직장인과 노면전차를 기다리는 사이 잠깐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신문 자주 사서 봅니까?"
"자주는 아니고, 이따금 사서 봅니다. 이번에 한국 이슈가 있어서 샀습니다만, 혹시 한국인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도 샀습니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한국 문학의 밑바탕에는 역사·문화·사회적인 이야기들이 깔려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민주화를 스스로 이뤄냈다고 알고 있어서, 잘 해결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중국에서는 출판이 이미 막혔고, 국내도 일부 학부모가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이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의 책은 누구나 언제든 읽을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노벨문학상이면 모두가 축하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물론 일부지만 스웨덴 한국대사관에 노벨상 취소 집회를 한 것도 알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 분명, 한강 작가의 책과 이번 비상계엄이 일본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해 보였다.
일부 일본 시민 "이번 기회에 우리도 정치에 관심 둘 필요성 느껴"
질문하는 내내 나의 신분을 물어보는 이도,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한국인이냐?"며 현 상황에 대해 궁금해했고,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이 짧은 인터뷰는 히로시마의 중심가에서 주고받은 말에 지나지 않아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과 나눈 대화의 행간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들이 공통으로 답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진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이뤄냈기에 이번 사태를 기회로 다시 민주주의가 굳건히 자리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일부는 이번에 우리 국민이 대응하는 것을 보며, 일본 사회도 권력의 부조리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직 일본 현지 언론 보도만큼 그곳 시민들은 드러내놓고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우리와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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