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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전문]“내 생애 계엄이 교과서 밖으로 튀어나왔어요”…응원봉과 2030 여성 ‘탄핵 집회 나온 이유’[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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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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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제 시작이니까요.”
탄핵 집회의 주인공이 된 ‘응원봉’과 ‘응원봉을 든 2030여성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2030 여성들에게 집회 참여 소감과 참여 계획, 다짐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13일 오후 현재 128명이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독자들은 “그동안 일궈 놓은 민주와 자유를 지키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름다웠다”, “2030 여성과 기성세대 운동권 사이에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여성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를 부정하며 탄생한 정부의 종말을 목격하고 싶다” 등 많은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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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미 “그래서 저는 국회 앞으로 나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상경한 지 4년 된 서울시민이고, 아이돌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이 많은 30대 여성입니다. 트라우마의 순간은 잊히지 않고 또렷하게 남아 마치 방금의 일처럼 느낄 수 있다고 하던가요? 이 말은 세월호를 말할 때 흘러나오는 얘기입니다. 저 또한 세월호의 그 날, 기사를 보던 순간에 먹었던 음식, 그날 햇빛의 따사로움,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 같은 것들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이런 순간은 또 있었습니다. 이태원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를 저는 분명하게 떠올립니다. 얼마 전의 계엄령 선포도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평생을 분명하게 떠올릴 수밖에 없을 순간일 것입니다. 계엄이 선포되고 한동안은 현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꿈을 꾸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늘 평소와 같던 일상의 중간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속보를 한참이나 확인하고도 현실감보다는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기분이었습니다. 급하게 티비를 켰고,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아도 그랬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삽시간에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 였습니다. 감정이라기보다는 생각에 가까웠습니다. 현실감이 덜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서웠습니다. 트위터의 친구들도 무섭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니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나의 이야기, 나의 자유로운 이야기, 여성이고 소수자인 나의 이야기들이 나를 불온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졌습니다. 아마 윤석열 정부에서는 ‘선량한 시민’이 아닐 나와 내 친구들이 어떻게 미래를 견뎌낼까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뭘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당장 집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라도 악 질러야하는게 아닐까? 손이 차갑게 식고 땀이 흥건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국회로 나섰다는 건 조금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불을 모두 끄고 따뜻한 침대에 누워, 창문 너머로 들리는 덜덜덜 헬기 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속보를 확인했습니다. 헬기 소리가 하나하나 들릴 때마다 제발 저 헬기가 그대로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길 빌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침대 속에서 비는 동안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경찰과 군대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게 감사했고 동시에 부끄러웠습니다. 그분들이 무섭지 않았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분들은 무서웠기에 국회에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아마 그 정도로는 무섭지 않았나 봅니다. 나의 살길, 나의 안전할 길을 궁리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 정도로 무섭지도 않은데 벌벌 떨기부터 한 스스로가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회 앞으로 나섰습니다. 저는 여태 2회(금요일과 토요일)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응원봉이 많다는 것,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저도 트위터를 2015년부터 해왔고, 오랫동안 많은 또래의 아이돌 팬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우리는 정치 얘기를 늘 해왔습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 시위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응원봉은 그때도 등장했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로 불리는 기점 이후로 트위터에서 아이돌 팬이던 사람들은 우리의 일상, 덕질까지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살펴보자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들은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어떤 행동들은 과했거나 부족했다는 평을 받았던 그 당시의 움직임들은 박근혜 시위 때의 ‘응원봉’을 든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또 지금에 이르러서는 응원봉 시위 참여를 큰 흐름으로 만드는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응원봉을 놀랍게 여기는 지금의 시선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트위터의 아이돌 팬들은 페미니즘을 일상으로 가져와서 덕질까지도 살펴보자는 큰 흐름이 지나고, 인터넷의 페미니즘이 지금처럼 온라인상에서 대중화되면서 정치를 얘기하는 데에도 훨씬 유해지고 적극적으로 되었으니까요.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의 일정을 따라 함께 모였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볼 기회도 훨씬 많고, 아이돌이라는 취미를 구심점으로 굉장히 친해집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는 오히려 일상보다 정치 얘기를 접할 기회가 더 많고요. 따라서 온라인상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정치적 의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아이돌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나오는 일은 전혀 놀랍지 않을 것입니다. 제 친구들은 급한 마음에 나 홀로 행동을 한 저와 다르게 다 같이 모여서 시위에 참여했더라고요. 오늘 아이돌 인형이 배송 오는데, 도착하면 다음 시위는 저도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인형을 들고 갈 것 같습니다.

플랫 입주자들이 보내준 ‘탄핵 집회’ 인증샷원본보기

플랫 입주자들이 보내준 ‘탄핵 집회’ 인증샷

단풍 “우린 언제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유는 당연히 국민들의 대표해야 할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해치고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현 사태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응원봉을 든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추위에 맞서며 탄핵을 외치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습니다. 응원봉을 들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가 한 데 묶여있다는 소속감과 안도감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같은 또래 여성들이 주변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든든하고 마음이 푼푼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곧 우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K-POP의 소비자로서 음악을 향유하고 음악 산업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해 온 소비자로서도, 더불어 남성과 동등한 시민(또는 가족, 동료 등)으로서도 결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이삼십대 여성들이, 탄핵 집회에 나서면서 주변으로부터 다른 목소리, 예컨대 칭송이나 감격의 후기들을 듣고 있다는 것이 잠시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응원봉의 등장이 민주화 운동의 세대교체 또는 세대 통합과 같아 보여 감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허나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지금껏 우리의 존재는 그 자체로 옳지 않거나 가치 있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고 무시당해왔던 것일까요. 사실 우리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삼십대 여성인 우리는 항상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향해 사랑을 외쳤고, 우리의 존재가 지워질 법하면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손을 번쩍 들었고, 외롭고 힘든 누군가가 있을 때는 응원봉의 불빛을 켜듯 주변을 밝혀 보려 애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지 매번 응원봉을 들고 나서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런 우리를 몰라주고 깔보고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던 사람들이, 당신들과 같은 편에 서서 힘을 보탠다고, 응원봉을 들었다고 이제야 우리의 존재가 유의미한 것처럼 칭찬하는 것이라면 좀 씁쓸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감격과 감동은 어쩌면 지난날 우리의 존재를 낮춰 보고 있었다는 방증은 아니었을지 모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우린 언제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요빙 “헌법을 유린하는 사태를 볼 수 없었다”



대학에서 헌법학개론을 배운 적이 있어요.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헌법의 행간에서 뜻밖에도 국민을 향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살아오는 내내 민주주의의 평화 속에서 피로 쓰인 역사를 배운 사람으로서, 내가 사랑하는 나라와 이 체제, 나를 사랑하는 헌법을 유린하는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12월 7일, 국회 앞으로 달려갔어요. 현장에서는 좌절했으나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패배의 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사태가 터진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광장에 모인 시민이 백만 명이고, 시대정신이 같은 젊은 여자들이 모여있으니까 한국의 미래는 아직 젊으며 곧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회 현장에서 마주한 면면의 젊은 여성 동지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서는 12월 8일 대전역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나갔습니다. 서울에 모인 백만 명만큼이나 열정적이고, 여전히 젊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속해있는 게 행복했어요. 그러나 집회 주최자가 성범죄 2차 가해자고, 집회 참여 가수가 여혐 가사를 쓴 사람이라는 걸 시위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절망했습니다. 7일 서울 집회에서도 페미니스트 운동가분이 자유발언 하시러 무대에 올라왔을 때 주위의 반응이 냉담했던 것까지 떠올랐습니다. 여기에도 내가 원하는 미래가 없구나, 여자는 여기서 또 지워지는구나. 어떤 의미에서는 계엄령 상황을 TV로 지켜본 그 155분, 그리고 해제되는 새벽 4시까지 느꼈던 것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절망을 느꼈습니다. 서브컬쳐에서 퍼져나가는 (말도 안 되는) 손가락 논란에 정치권, 노동권 아무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 인터넷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여성 범죄, 지지부진한 딥페이크 조사, 일상이 되어버린 화장실 몰카(불법촬영),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 여자란 이유로 겪어야 하는 이 모든 일들이 계엄령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전할 거란 공포였어요. 혼란스러웠고, 그럼에도 이 나라를 사랑하는 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플랫 입주자들이 보내준 ‘탄핵 집회’ 인증샷원본보기

플랫 입주자들이 보내준 ‘탄핵 집회’ 인증샷

노정원 “촛불집회는 제게 참여해야 마땅한 것”



안녕하세요. 저는 윤석열 탄핵 시위를 참여한 지 1년 이상이 되어가는 사람입니다. 처음 시위 참여 의사를 다짐하게 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고자 함이었습니다. 평소 친일 잔재 청산, 약자·소수자 인권연대, 환경·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던 터라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찌르는 오염수 방류만큼은 꼭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처럼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서명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고 다가올 비관적인 미래, 죽어갈 생명이 떠올라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와중에 “네가 독립운동가니?” “방류되어도 안 죽어.” “나라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이야.” 등의 무심한 반응을 마주하니, 이대론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분명 갈 곳 없는 분노와 서러움, 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객기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시위에 참여하니 기대에 없던 많은 위로를 받게 되더군요. 나만 예민한 사람이 아니고, 내가 생각한 정의는 틀리지 않았다는걸... 그러니 저에게 촛불집회는 참여해야 마땅한 것. 기회이자 다시 시작입니다. 더는 사람 죽어가는 소식을 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피해자들의 설움을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촛불집회에는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약자·소수자·노동자 시민들이 각자의 결의를 하고 골이 울리게 저항합니다. 증인으로서 이 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정의를 지키려 합니다. 그렇기에 촛불을 든 저는,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더는 느끼지 않습니다. 불의를 참지 않는 이들이 함께하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유실론 “우리는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알려줘야 합니다”



12/3(화) 그날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혼란한 가운데 저는 집에 있었고, 불안한 마음에 결국 모든 소식을 차단한 채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나 자꾸만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워졌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자꾸만 불안하고 두려워 결국 허겁지겁 시청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달려 나가면서 이제서야 시청으로 향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습니다. 두렵고 부끄러운데도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새벽바람을 맞으며 시청 앞에 서 있어서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지고, 시민들의 외침은 분노에 차 있었습니다. 추위와 고성 속에서 불현듯 생각했습니다. 실상 정말로 부끄러워 마땅한 이들은 누구인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이는 잠들어야 하는 때를 놓치고 뉴스를 보는 바람에 시청 앞으로 오지 못한 이들이 아니라, 너무 멀어 군경을 제지하러 올 수 없었던 이들이 아니라, 두려움에 친인척이 달려 나가는 것을 말린 사람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달려 나오게 만든, 두려움에도 맞서게 만든, 역사를 되풀이하게 만든 이와 그에게 동조한 이들이 아닌가?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이들에게 이 부끄러움이 돌아가야 옳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내란수괴와 그 부역자들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고, 우리는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것을 알려 줄 수 없다면 마땅히 부끄러워질 자리로 밀어 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청 앞 집회에 집결한 시민들을 보며, 그들과 연대하며, 소리 지르며 결국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문은 출처로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39039?sid=102

진짜 많은 여성들이 본인 의견 내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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