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둘러싼 진상규명이 한창이다. 이번 사태 출발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대국민담화였다.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생중계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들고 온 정체불명의 노란 서류봉투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다. 이 종이에 쓰인 글은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비상계엄 선포’였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긴급담화 연설문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작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대통령의 모든 업무엔 매뉴얼이 있다. 대국민 담화문 등 연설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다. 현행 대통령실 직제에서 대통령 말과 글을 책임지는 공식라인은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 메시지비서관이다. 과거엔 연설비서관으로 불렸다. 그런데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본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은 유독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보수 정권 시절 청와대에 재직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손에 직접 서류봉투를 들고 왔다”면서 “여기서부터가 미스터리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나설 때엔 이미 연설문이 마이크 앞에 세팅돼 있는 게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노란색 서류봉투를 직접 들고 왔고, 그 봉투에서 연설문을 꺼내서 읽었다. 있기 힘든 일이다. 계엄선포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배제돼 있었던 셈이다. 서류봉투에서 연설문을 꺼내는 건 통상 비서관들이 미리 해야 하는 업무고, 서류봉투에 문건을 담아온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전용 ‘봉황무늬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담화문 낭독을 시작하는 과정 전체가 파격 그 자체다.”
진보 정권 시절 청와대에 재직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통령이 쓰는 전용 서류봉투가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늬가 서류봉투에 새겨져 있어 ‘대통령 전용’임을 인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선포 담화문을 꺼낸 서류봉투를 보면 누가 봐도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서류봉투”라면서 “공식라인을 배제한 채 외부에서 계엄선포 담화문이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략)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서류봉투를 사용하는지를 묻기 위해 대통령기록관 측에 문의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국방부 측은 “담화문 작성엔 군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에 계엄선포 대국민 담화문 발표 당시 연설문을 누가 작성했는지를 문의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83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