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수어 동시통역 KBS뿐... 방통법 개정안 발의 서미화 의원 "국가비상사태 때 장애인 안전권 보장해야"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대국민담화에서 수어·문자통역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 정보접근권이 제한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장애인 정보접근권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방통위는 계엄 및 재난 상황 시 장애인 정보접근권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여부, 시각·청각장애인 정보제공을 위한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여부 등을 묻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요구에 "장애인 정보접근권 가이드라인은 별도로 없다"라고 답변했다. 서 의원실은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같은 자료요구를 했으나 "요청 내용은 방통위에서 주관하고 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방통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없는 대신 관련 고시 규정으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통법)에 따른 '재난방송 및 민방위 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이 있다며 일부 내용을 언급했다. 고시 제4조에 관한 것이었다
제4조에 따르면 방송사는 재난방송 시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방송과 외국인을 위한 영어자막방송'을 신속히 방송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편 4사(채널A·JTBC·TV조선·MBN) 중 수어 동시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뿐이었다. 당시 KTV 국민방송으로 송출된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화면에도 수어 통역과 해설 자막은 없었다.
또 같은 기준에 따라 지상파·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방송사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시각장애인이나 일반 국민이 재난 상황을 효율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방통위에서 정한 재난 경보음'을 송출해야 한다. 다만 이는 지진 규모 5.0 이상 조기경보와 민방위 경보를 수신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농인 자녀들 "5·18 때 사망한 농인 김경철 떠올라"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과격 진압으로 사망한 농인 김경철씨를 떠올린다"라며 "딸의 백일 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공수부대원을 마주친 그가 장애인증을 내밀자 공수부대는 '꾀를 쓴다'며 그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연행했다. 우리 코다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해야 하고 방송사는 현장 수어통역을 화자와 함께 그대로 송출해야 한다. 문자통역도 필수로 송출해야 한다"라며 "정부와 언론사는 재난·참사·계엄과 같은 긴급 상황 시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정보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기존의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고 수립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서미화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시각·청각장애인의 경우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부재로 긴급한 상황을 뒤늦게 인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12·3 비상계엄과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들에게 안전에 대한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재난방송 송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8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BBC 코리아와 한 인터뷰에서 "제 주변에는 장애인분들도 많이 계신다. 청각장애인분들은 계엄을 선포하는 것조차 전혀 알 수가 없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11일 방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재난방송 송출 의무에 '계엄 상황'을 명문화하고 수어·문자 제공 등 '장애인 정보접근권'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서 의원은 "안전에 있어서 누구도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국가비상사태에 장애인이 최소한의 안전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복건우(bok@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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