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비화폰 서버 확보 불구 포렌식 결과 불분명
방첩사 이미 ‘계엄 예비 훈련’ 실시 의혹 받고 있어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국군방첩사령부가 계엄령 선포에 앞서 ‘비화폰’ 서버 삭제 훈련을 실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에 나선 공조수사본부가 사태 진상 규명의 ‘스모킹건’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과 서버를 확보했지만 방첩사가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군 소식통은 13일 “방첩사가 이전에 비화폰 서버를 삭제하는 훈련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며 “일단 비화폰과 서버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해봐야겠지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첩사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해당 서버를 삭제했는지 여부를 비롯해 언제, 몇 차례에 걸쳐 서버 삭제 훈련을 실시해는지 등은 향후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주요 직위자에게 지급되는 비화폰은 도감청과 통화녹음이 불가능한 보안 휴대전화다. 일반 휴대전화의 통신기록은 통신사에 남지만 군용 비화폰 관련 기록은 군 자체 서버에 남는다.
군 비화폰 서버 운용 및 관리는 국군지휘통신사령부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첩사가 비화폰 서버 삭제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미 권한 밖의 일이다.
방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개월 전부터 계엄 예비 훈련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를 작성했다는 야당의 지적도 있었다.
특히 야당은 방첩사가 지난 3월 한미연합연습을 계기로 계엄령 선포 시 어느 부대를 어떻게 이동시켜 투입할지와 합동수사본부가 어떻게 관리할지 등 계획을 세운 사실상 계엄 예비훈련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방첩사의 ‘비화폰’ 서버 삭제 훈련 역시 이와 맞물려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비화폰 서버에 누가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 등의 기록은 남지만 통화 음성 내용 자체는 저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첩사가 훈련한 대로 이미 서버 삭제에 나섰다면 계엄 당시 정황을 밝혀줄 결정적 증거마저 사라지게 된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통화기록을 비롯해 비상계엄 사태 이틀 전인 지난 1일 국회와 민주당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곽종근(육군 중장)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진술 등 주요 증언 뒷받침도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조사본부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가 전날 압수한 서버에 김 전 장관의 비화폰 외에 윤 대통령과 곽 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 기록이 남아 있을지도 관심사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4일 0시30분부터 0시40분 사이에 비화폰을 통해 전화를 걸어와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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