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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거짓 궤변은 이제 그만, '대한의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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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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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갑자기 찾아온 '겨울', 시민들 마음속 불씨가 민주주의 지켜낼 것


gGcosu


12월 12일 10시. 긴급 속보로 담화문을 발표하는 윤대통령을 보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혈압이 오른다. 가짜 출근 의혹으로 받은 열이 아직 채 식지도 않았는데 그는 또다시 분노를 깨워냈다.

계엄 내란 사태 이후, 사회 전체에 혼란과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깨어있는 동안 계속 화가 나 있는 편이다. 매일 속보가 뜨지 않는 날이 없는데 좋은 소식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들도 소화가 안 되고 있는데 깊이 감춰져 있던 더러운 진실들이 매일 고개를 든다.

2분 쇼츠냐고 비판받았던 지난 담화 발표 이후 5일 만에 윤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 담화가 시작되기 바로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태였다.


윤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지난번처럼 짧지는 않았다. 시종일관 당당한 표정과 말투로 꽤 길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 3일 있었던 계엄은 민주당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은 계엄령을 일으킬 만큼 혼란스럽다.
-내가 내린 계엄은 반국가 세력에 대한 경고에 불과했다.
-게다가 너무나도 확실하게 부정선거의 의심 정황도 있다.
-고로 계엄령은 고도의 통치 행위지 절대 내란이 아니다.
-거짓 선동으로 나를 자꾸 탄핵시키려 하는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결론적으로 하야는 없다.


12월 3일 그 밤, 온 국민이 실시간 영상을 통해 눈으로 지켜보았고 귀로 듣고 있었다. 심지어 현장으로 뛰어가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도운 시민들도 무척 많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유튜브 영상들과 방송국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가 됐다.

10년도 아니고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전 국민들의 뇌리와 수많은 컴퓨터 서버에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윤대통령은 국민을 정말 '개돼지'로 아는 건지 너무도 뻔뻔하게 담화 내내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이는 지난 7일에 했던 담화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짧게나마 사과하고 법적 정치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노라 선언했었다.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어찌 이리도 가볍게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30분 가까이 이어진 윤대통령의 담화를 다 듣고 나니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과하는 담화 때는 2분도 못 채우더니 나는 잘못한 거 없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협박성 담화는 10배가 넘는 시간 동안 쏟아내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대국민 거짓말을 시전 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간 보면서 태세 전환을 수도 없이 하고 있다. 이래 놓고 다음 담화 때는 또 다른 말을 내뱉을지 모를 일이다.


이는 대통령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국민의힘 당 소속의 대다수 국회의원들 역시 못지않다. 지난 열흘 동안 당대표, 중진의원, 소장파 의원 할 것 없이 한 입으로 여러 말하기 스킬을 수도 없이 시전해왔다.

특히, 지난주 탄핵 부결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더 심해졌다. 어찌나 국민들의 눈치 살살 보면서 말을 바꿔대던지. 현재 기준 최종 버전이 뭔지 헷갈릴 정도다. 이로 인해 성난 민심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도 향하고 있다.

짧은 며칠의 시간 동안 수 없이 오가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보면서 무척이나 허탈했다. 내가 지금 양치기 소년을 상대하는 건지 정치인을 상대하는 건지 헷갈렸다. 불신만 더욱 강해져서 이제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믿을 수가 없다.

이번 내란 사태가 야기한 또 하나의 큰 부작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인과 국민들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원래도 그다지 두텁지 않은 신뢰 관계였는데 그마저도 산산조각 나서 회복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정치인들에게 100% 순결한 정직을 바라지는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 혹은 반나절 단위로 했던 말을 뒤집는 건, 말 그대로 국민들의 속을 뒤집는 일이다. 이는 당신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민심을 배신하는 것과 같고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워낙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할지도 모르겠다. 여론의 눈치를 보고, 정치 생명을 지켜야 해서 하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자.

국민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정반대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거짓말들 때문에 상황이 위급해진 것이다. 거짓은 혼란을 낳았고, 질서를 무너뜨렸다. 자신의 비리를 덮고자 했던 거짓말,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고 해서 뱉은 아무 말.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사단이 일어난 건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PlObsi

지금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때를 지나는 중이다. 어제 날짜가 하필 12월 12일이어서 과거 12.12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연히 겹친 날짜겠지만, 그때의 실패가 현재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9년 12월 12일.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더 지난 1987년이 되어서야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 드디어 맞이한 봄이었다. 그 뒤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질 거라는 걱정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벌였고 벌이려 했던 일들을 보면, 서울에는 봄이 오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씁쓸해진다. 분명 봄날인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계절이 바뀌어 다시 춥고 무서운 겨울을 맞이한 느낌이다.

빨리 이 엄혹한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내면에 안착한 민주주의를 향한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반드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다시금 따뜻한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가 입은 상처가 치유되고 산산이 깨진 신뢰들이 회복되길 바란다. 반드시 진짜 '서울의 봄' 아니 '대한의 봄'은 오고야 말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얼룩소, 브런치, 페북에도 실립니다.

유정렬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56171?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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