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과학적 근거 확보 노력
내년부터 과학적으로 효과를 입증한 상품에만 ‘숙취해소’ 문구 표시가 가능해지면서 업계가 근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제품이 출시된 숙취해소제 시장에 규제가 생기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은 제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삼양사는 숙취해소 기능성 표시제를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숙취해소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쾌환’ 전 제품에 사용되는 글루타치온 성분의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양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에서 글루타치온의 숙취해소 효과를 확인하는 인체 적용시험을 진행했다. 테스트는 음주 30분 전 글루타치온 성분을 섭취한 실험군과 가짜약을 섭취한 대조군의 생체 지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험 결과 글루타치온은 숙취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체내에서 분해하고 체외로 배출하면서 혈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군의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는 대조군 대비 알코올 섭취 15분 후부터 나타났고, 2시간 후에는 약 57.8% 더 낮아졌다.
식약처는 2019년 말 숙취해소 기능 표시 및 광고 규제 강화에 대한 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고, 유예기간 5년을 줬다. 이 법령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숙취해소제는 ‘기능성표시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인체 적용시험 등을 통한 기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숙취해소제로 구매한 제품들은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돼 효능이나 기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없이도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
과학적 근거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숙취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지 혈중알코올(에탄올)농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모두 측정해 알코올 섭취 후 나타나는 생리적·생화학적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실증자료를 갖추지 않고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하면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에 해당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박성수 삼양사 H&B사업PU장은 “상쾌환은 브랜드 론칭 시점부터 인체 적용 시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품 효과를 검증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숙취해소 기능성 표시제에 맞춰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인체 적용 시험을 실시하게 됐고 상쾌환의 과학적 효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숙취해소제 시장 주도권을 가진 대형 식품·제약기업들은 발 빠르게 인체 적용 시험을 마쳤다. HK이노엔 ‘컨디션’, 롯데칠성음료 ‘깨수깡’, 동국제약 ‘이지스마트’, 알리코제약 ‘다깼지’ 등이 인체 적용 시험을 마쳤고, 제품별로 마케팅을 위한 식품산업협회의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중소 업체들은 인체 적용 시험에 대한 비용 등의 부담으로 우회적 마케팅 방안을 고려하거나 시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술 마신 날’ 등의 비유적 표현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닐슨아이큐(NIQ)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3473억원으로 전년(3144억원)보다 10.4% 늘어났다. 연말 술자리 수요가 급증하는 12월에 숙취해소제가 가장 많이 팔리는데, 최근에는 과일향 등을 첨가한 젤리 제형의 숙취해소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음료형 숙취해소제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14.6%였지만 비음료형 숙취해소제(젤리·환) 매출은 25.2%로 더 큰 신장세를 보였다. 매출 구성비에서도 비음료형 숙취해소제가 2021년 29.8%에서 지난해 34.4%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문구 규제 강화로 제조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품질 경쟁에 나선다면 소비자들도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숙취해소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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