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마비 목적이 없었다’며 내란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서자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을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처부터 취하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게 아님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형법의 내란죄는 ‘국헌 문란 목적’을 필요로 한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행위에 ‘국가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오래전부터 준비했지만 내란에 실패하자 사후적으로 내란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피의자로서 방어 논리를 내세웠지만, 윤 대통령의 국헌 문란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은 여럿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고 했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라”(조지호 경찰청장)고도 했으며,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라고 말했다. 모두 윤 대통령에게서 직접 전화를 받은 이들의 증언이다.
윤 대통령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그에 대한 신속한 강제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러놓고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합리화시키려는 행위로 보인다”며 “증거인멸 우려도 있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 신속한 구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빠르게 수사해 신속하게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날도 내란 사건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혐의는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였다. 경찰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이 그간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비상계엄 발령 수시간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국방부와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 압수수색에 나서 이전 압수수색에서 누락됐던 김 전 장관의 비화폰(도·감청이 방지되는 보안전화기)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과 계엄군 지휘부와 수시로 통화했을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은 내란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계엄군 투입 작전을 확인하기 위해 수방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사관 100명 지원’을 요청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다시 불러 정치인 체포 계획 등을 집중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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