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털어서 먼대기(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데유.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했지만, 대통령이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 사람들도 분명히 잘못한 게 있쥬. 임기나 채울 수 있게 두면 좋것는디…” 12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에서 만난 상인(50대 여성)은 "화가 나서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산성시장을 방문했을 때 악수라도 하려고 기다렸지만, 인파에 막혀 먼발치에서 2~3분 잠깐 본 게 전부였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고 밝힌 한 상인(60대 남성)은 “한 열흘간 TV만 켜면 똑같은 내용이 되풀이돼서 오늘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핸드폰(유튜브)으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걸 봤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참고 국민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주 상인 "너무 놀라고 배신당한 마음"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충남에서 만난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성급한 판단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충남(충청)의 아들이라고 하더니 실망감이 크다’는 비난과 함께 ‘야당(더불어민주당)이 해도 너무 했다’는 옹호 의견까지 다양했다. 산성시장 상인 가운데는 “(2일) 공주를 방문하기 전에 이미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데 그럴 거면 왜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성시장 상인 대부분은 지난 일주일을 평상시처럼 보냈지만, 온종일 TV에서 나오는 비상계엄 사태 관련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잠시 손을 놓고 TV를 지켜봤다고 했다. 상인들은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이 산성시장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비상계엄 같은 엄청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산성시장) 다녀간 다음 날 계엄을 선포했는데 너무 놀라고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며 화를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 잘못 크지만, 야당(민주당)도 잘못해" 옹호도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기간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논산과 공주에서 살았고 공주농고를 나왔다. 논산시 노성면과 인근 공주시 탄천면 일대에는 지금도 파평 윤씨가 많이 산다. 파평 윤씨 재실(齋室·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이 있는 논산 노성면 병사리에도 파평 윤씨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윤 대통령 부친 고향 마을에 '탄핵 촉구' 현수막
공주 탄천과 논산 노성의 도로변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현수막 여러 장이 걸렸다. 대부분 야당인 민주당에서 설치한 것으로 ‘불법 계엄, 내란 음모’라는 글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에 탄핵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현수막이 설치됐다.
공주 탄천면 행정복지센터(옛 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은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국민이 잘 안다”며 “대통령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탄핵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탄천면 주민 윤모(70대) 씨는 "비상계엄 선포는 섣부른 행동이고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며 "칼자루를 쥔 사람(대통령)은 칼끝에 있는 사람(야당)에게 양보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주민은 “2년 반 동안 대통령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일도 못 하게 한 야당 책임도 크다”며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풍물을 울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임기라도 마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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