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관공서와 주요 기업, 금융사 등에 둘러싸여 있어 예년 같으면 연말 모임 ‘넥타이 부대’로 꽤 붐볐겠지만 자영업자들이 불황 속 잠시 기대한 ‘반짝 연말 특수’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식당 관계자는 “요즘 하루 매출액이 지난해 이맘때 대비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종로‧을지로 일대 직장인이 많이 찾는 종각역 ‘젊음의거리’ 상권도 평일 저녁 풍경이 마치 일요일 밤처럼 썰렁했다. 지난 10일 이곳 음식점 골목들은 행인 발길이 종종 끊겼고, 그나마 손님을 좀 받은 술집들도 창가 테이블 몇 개만 채운 곳이 많았다. 서울시청 인근 한 주점 관계자는 “보통 2~3차 술 손님을 받고 있는데 계엄사태로 손님이 20%가량 줄었고, 대규모 집회가 있던 지난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 주요 관광지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겉보기엔 활기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내국인 상대로 먹고사는 생활용품점이나 옷가게·안경점 등 소매업종은 계엄 쇼크를 그대로 받고 있다. 남대문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두 명은 계엄으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넥타이‧와이셔츠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은 “주로 연세가 좀 있는 아버님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는데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는지 다들 나오시질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가 몇 달은 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세상인이 몰려 있는 전통시장들도 타격이 크다. 10일 저녁 찾은 마포구 아현시장은 전‧막걸리집 등이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송파구 풍납전통시장상인회 이동형 회장은 “비상계엄 이후 손님이 20%가량 줄었다. 해가 지면 손님이 끊긴다”며 “식자재 점포만 조금 손님이 있고 음식점은 타격이 매우 심하다. 적어도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이런 침체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침체된 자영업계를 살리겠다며 각종 정책을 발표하거나 현장방문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모두 ‘쇼’에 불과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인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전국 소상공인단체 대표자와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민생토론회’를 열고 생업 지원, 지역상권 활성화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 전국단위 자영업자단체 관계자는 “계엄 하루 전 자영업자 지원책을 세울 것처럼 말해놓고 비상계엄을 선포해 자영업자들은 완전히 패닉 상태”라며 “자영업자들이 대통령에게 우롱·배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현재 각종 기관·기업들은 잇달아 연말 행사나 내부 모임을 축소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말 소비 진작이 기대됐던 축제행사들을 축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윈터페스타 개막식’을, 부산 해운대구는 오는 14일 계획된 ‘빛축제 개막식’을 취소했다. 푸드트럭 등 소자본 상인부터 모텔·펜션 숙박업까지 광범위한 타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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