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K팝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새로운 ‘민중가요’로 부상하고 있다. 촛불 집회 참가자의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젊은 세대 전유물로 여겨졌던 K팝이 세대 간 가교역할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12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그 전 일주일보다 23% 늘었다. 겨울을 맞아 발라드곡과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강세인 시기에 17년 전 발표한 노래가 인기를 끄는 건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이 노래가 촛불 집회에 사용되면서 다시 주목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 그려 왔던 헤매임의 끝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 슬픔 이제 안녕’ 등 가사에서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소망을 엿볼 수 있는 만큼 촛불 집회 노래로 쓰이고 있어서다. 이 곡은 지난 2016년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두고 총장 퇴진을 요구한 ‘이화여대 사태’에 이어 이번 촛불 집회에도 사용되며 하나의 ‘민중가요’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소녀시대의 비교적 최신곡인 ‘포에버 1’과 같은 노래도 있는데 데뷔 초에 발표한 노래가 갑자기 20% 이상 청취자 수가 느는 건 외부적(계엄 사태)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만난 세계’뿐 아니라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시’, 밴드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웰컴 투 더 쇼’,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등 최신 히트곡도 집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곡은 노랫말에 시위 관련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지만, 힘 있는 멜로디와 빠른 템포 등이 집회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콘서트에 쓰이던 발광 다이오드(LED) 응원봉으로 진짜 촛불을 대체하는 등 아이돌 응원 문화가 시위에 반영된 점도 눈에 띈다.
시위에 참여한 중장년층이 젊은 세대의 아이돌 문화를 배우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른바 ‘탄핵 플레이리스트’란 이름으로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이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여자) 아이들의 ‘클락션’, 샤이니 ‘링딩동’,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 등이 포함됐다.
서영호 음악평론가는 “K팝은 젊은 세대의 (집회) 참여에 일조하고, 구세대는 신세대의 이런 태도에 반가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구세대 간 공감과 소통, 연대를 위한 노력이 K팝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접점을 이룬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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