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악플과 가부장제 위선 밟고 나온 '여자들의 광장'을 봤다
2,088 18
2024.12.12 14:23
2,088 18

지난 7일, 윤석열 탄핵 집회장에서, 나는 의아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내 주변, 집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주체가 내 딸애 또래의 젊은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집회 때 가봤을 때도 젊은 여성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놀라울 정도였다.

명백히 존재하는 성차별이나 여성 혐오가 없다고 우기는 가부장의 위선과 읍박지름을 지긋이 즈려밟는 모습이었다. 용감히 광장으로 뛰어나와 탄핵을 외치는 이들 여성들의 기개에 나는 압도당했다.

 



 

 

윤석열을 체포하고 탄핵하라는 나의 구호는 이들의 기를 받아 더 크고 높게 뻗어 나갔다. 이 우뚝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과 여자들이 어찌 가슴 벅차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이 나만 겪는, 나만의 상황적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다음날 집회에 참석한 친구나 지인들을 수소문해 그들이 목격한 탄핵 집회의 주체들을 물어보았다. 대답과 함께 보내온 사진에는 내가 본 '여자들의 광장'이 나만의 상황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었다. 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는 답글도 있었다.

사실 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는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입으로 전할 수도 없는 저주 섞인 혐오에, 비정규직 노동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저임금 노동 착취와 성차별만 보더라도, 어떻게 이들에게 희망 운운할 수 있겠는가. 누가 미래의 희망을 이렇게 취급한단 말인가.

나는 내 앞과 옆과 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성들이 들고 있는 가지가지의 응원봉을 살펴보느라 간간이 구호 타이밍을 놓쳤다. 아, 요즘 여성들은 저런 걸 들고 '덕질'을 하는구나.

 

 

 

시위를 대규모 축제처럼 만들어버린 센스

 

그나저나 천하의 악당 반란수괴 윤석열을 처벌하라는 탄핵 집회장에 저 블링 블링한 응원봉을 들고나오다니, 기막힌 전유가 아닌가. 이들은 탄핵 광장을 마치 대규모 놀이광장으로 전유해, 거악을 이기는 것은 더 큰 증오가 아니라 모두의 조롱거리로 낙후시키는 유희임을 선취한 매우 고차원의 전략으로 집회에 임하고 있었다. 엠지(MZ)의 센스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가족끼리 온 집회 주체들도 많았다는 전언도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나는 지하철역에서 국회 쪽으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여의나루로 우회한 터라 집결한 집회장마다 주체들의 층위가 다를 수 있음을 안다. 여튼 내가 속한 집회장 쪽은 분명 압도적으로 많은 젊은 여성들의 분노와 열기가 충만했음을 증언한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이러한 진풍경이 긴박한 탄핵 속보의 홍수 속에서도 속속 보도되고 있었다. 앳된 소녀들이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방송사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진기한 광경 말이다. 이런 '영 우먼 파워 웨이브'의 화룡점정은 정말 뜻밖의 지역에서 극적인 한 점을 찍었다.

 

'TK'로 불리는 대구를 위시한 경북지역의 젊은 여성들이 도저한 탄핵 집회의 물결을 타고 강력한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 지경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이들의 잔당들에게 거센 항의의 짱돌을 움켜쥐고 일어선 것이다.

'TK의 콘크리트는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부서질 것이다'라는 문장도 봤다. 와우, 대단한 기세다.

 

 

 

역사 속 운동의 주체였던 여성들

 

잠깐 생각을 가다듬으며 나는 '진귀한' 장면이라 표현한 나의 어리석음을 자아비판한다. 젊은 여성의 정치적 주체성은 진귀하지 않다. 역사 속에 늘 존재했다. 역사의 조명이 그들을 비추지 않았을 뿐이다.

3.1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소녀들은 비밀 파발을 돌리고 태극기를 만들어 뿌렸고, 3.1 만세 광장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조국의 독립을 위한 전투와 작전에 목숨을 걸고 참가해 공과를 올린 이름 불리지 못한 여성들은 얼마인가.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된 횃불을 밝힌 여자들의 역동이 있었고, 1960~70년대 가열차게 싸운 노동쟁의의 현장에 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다.

 



 

계엄군이 짓밟는 광주에서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장으로 나와 주십시오'라고 외친 젊은 여성들과 광장에 스크럼을 짜고 누운 여고생과 공장 여공들과 성매매 여성들, 그리고 시민군의 밥을 해 나르던 여성들이 언제나 혁명의 광장에 있었고 주역이었다.

그들은 늘 당당한 정치적 주체였다. 역사의 계보를 잇는 젊은 여성들이 광장에 출현한 것은 전혀 기이한 현상이 아니다. 이를 자각하고 더는 '탈정치화된 여성'이라 비하하는 언설이 설 곳은 없어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56022?sid=103

목록 스크랩 (1)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마몽드💗] 건조한 겨울철 화장이 더욱 들뜨는 무묭이들 주목! 🌹로즈리퀴드마스크+로즈스무딩크림🌹 체험단 이벤트 631 12.11 29,99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155,37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및 무뜬금 욕설글 보시면 바로 신고해주세요❗❗ 04.09 4,194,03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950,32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352,72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0 21.08.23 5,536,88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3 20.09.29 4,484,91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0 20.05.17 5,107,26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4 20.04.30 5,524,73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343,77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76221 유머 한껏 찌부찌부된 후이바오 🐼🩷💜 1 16:29 355
2576220 유머 ??: 거기 주한미군이죠? 28 16:29 1,665
2576219 이슈 [속보]권성동 "尹 탄핵안 반대 당론 유지中..표결 참여 여부는 의총서 결정" 14 16:28 569
2576218 이슈 강릉시민 여러분(혐주의) 9 16:28 1,080
2576217 이슈 오늘자 뉴진스 귀여운 영상 2 16:28 311
2576216 이슈 나간 국회의원은 다시 뽑아서는 안 된다 10 16:25 2,899
2576215 이슈 찐이라면 소름돋는 오늘 국회 과방위 김어준 발언.jpg 32 16:25 2,588
2576214 기사/뉴스 [단독]4대은행, 롯데케미칼 회사채 지급보증에 매입 확약…'2.5조 규모' 2 16:25 449
2576213 기사/뉴스 [속보]권성동 "비상계엄 국정조사 불필요…오히려 수사방해" 55 16:24 1,521
2576212 기사/뉴스 윤석열 사진 떼고 손흥민 배치…대통령 흔적 지우기 12 16:23 2,923
2576211 기사/뉴스 [속보] 尹 대통령 2차 탄핵안 표결, 내일 오후 4시로 당겨 16 16:22 1,565
2576210 이슈 미국에있는 모든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라 모두가 동시에 챗지피티를 씀 견디지 못한 챗지피티 결국 폭발 후 셧다운 10 16:22 1,414
2576209 이슈 나 30년 살면서 의회속기사 이렇게 놀란거 처음 봄 22 16:21 4,594
2576208 기사/뉴스 레임덕 아닌 데드덕 6 16:21 1,361
2576207 이슈 [속보] 권성동 "김어준 '한동훈 암살' 주장, 확인하겠지만 가짜일 것" 250 16:20 7,927
2576206 기사/뉴스 불황도 뚫은 ‘중형 SUV 삼국지’…“내년에도 상승세 지속” 16:20 363
2576205 이슈 [속보] 권성동 "尹, 법률적으로 대통령…국회법 등 거부권 행사 요청" 28 16:19 1,682
2576204 이슈 [속보]권성동, 탄핵 찬성 '7+α' 질문에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 많은 것으로 알아" 7 16:19 1,772
2576203 이슈 논밭의 야생 삵...jpg 29 16:18 2,496
2576202 이슈 국민의힘 또또또 다시 나감 365 16:18 14,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