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시는 문화유적·생태계 보호, 과잉관광 등을 이유로 크루즈선 입항 금지라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고(202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는 크루즈를 ‘환경을 오염하는 관광 방식’으로 규정해 입항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5년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선언했다(2023년).1 스페인 바르셀로나시도 크루즈선 규제에 동참했다(2023년). 한국에선 제주도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어 크루즈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응을 제주도정에 요구했다(2023년). 2024년 8월에는 기후단체 ‘멸종저항’의 네덜란드지부가 화석연료 남용을 이유로 크루즈선 입항을 몸으로 막는 시위를 하는 등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과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크루즈 시장의 정착·확산에 앞장선 주체는 놀랍게도, 국내 굴지의 환경단체다. 환경재단이 2005년부터 운영해온 ‘지구를 생각하는 그린보트’(그린보트)는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최근 부활했다.
승용차 100만 대 맞먹는 미세먼지 배출
폐기물도 문제다. 평균적인 크루즈선(승객·승무원 3천 명 기준)은 매일 약 10만5천~28만5천 갤런의 오폐수를 발생시킨다.5 크루즈선은 전세계 상선 대수의 단 1%에 불과하지만, 쓰레기(고형폐기물) 발생량은 25%나 차지한다.6 크루즈선 관광객의 평균 탄소발자국이 지상 관광객보다 8배 많다는 연구도 있다.7 운송수단 중 비행기가 탄소발자국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선박 종류 중 유독 크루즈선만 비행기를 능가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평균적인 크루즈선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비행기의 4배이고, 하루당 미세먼지 배출은 자동차 100만 대와 맞먹으며,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의 경우 유럽에서 운항하는 218척의 크루즈선이 유럽 전역의 승용차(약 2억6천만 대)보다 약 4배 많은 양을 배출한다.8
이러한 크루즈 여행을 환경단체가 앞장서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전력도 이해하기 힘든데, 2025년 1월부터 재개되는 그린보트는 심지어 규모를 두 배 늘린 초대형 선박 ‘코스타세레나호’(11만4천t급)를 동원하기로 했다. 여객 정원 3780명에 승무원도 1100명에 이른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크루즈선 환경영향보고(2022)를 보면, 이 선박과 선사는 대기오염·폐기물처리·투명성 부문 및 최종 평가에서 모두 ‘에프’(F)라는 최악의 낙제점을 받았다.
그린보트 주최 쪽은 설명한다. 선상에서 텀블러와 대나무 칫솔 사용을 권하고, 채식 한 끼 체험과 환경 강좌가 있으며,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가입했기에 친환경이라고. 명색이 환경단체가 고작 이 정도로 크루즈를 ‘그린’으로 분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시민의 의식수준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차라리 ‘그린워싱보트’라는 이름이 어울려 보인다. 몇 해 전부터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바뀐 건 없고, 설령 연료를 중유에서 디젤로 바꾼다 해도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은 여전히 막대하다.
중단은커녕 규모 늘린 ‘선상 설국열차’
태생부터 친환경과 거리가 먼, 자본·에너지 집약적인 ‘럭셔리’ 상품인 크루즈를 수단으로 환경 캠페인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린보트 쪽은 “세계 유일의 환경 테마 크루즈”라고 선전한다. 세계 유일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환경의식이 있다면 크루즈를 지양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2019년 그린보트에 탑승한 경험자 몇 명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증언했다. “밤하늘 가득한 별을 기대했는데, 여행 내내 배가 내뿜는 시커먼 연기밖에 안 보였다. 뭔가 켕겼다. 친환경과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 일반인과 노동자는 배 밑부분에서 잤고, 유명 인사들은 상위층의 고급객실에 묵으며 양주와 스테이크를 즐겼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 교수와 어느 작가가 자랑하듯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 작가는 ‘우리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 아닌가요?’라고 덧붙였다. 마치 ‘선상 설국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다른 탑승자들도 이런 사실들을 확인해줬으며, 환경친화적인 면은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65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