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7,386 48
2024.12.11 23:05
7,386 48

https://youtu.be/EWW-bqY6v18

 

수상소감 전문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회에 참석한 작가님 사진 몇장
goigzC

zHQIxM

OgpZxi

AcwBzA

QUwJxM
QOclUd

 

 

목록 스크랩 (7)
댓글 4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누구와 팀이 될지 신중할 것! 마블의 문제적 팀업 <썬더볼츠*> IMAX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310 04.17 29,20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36,31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69,3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16,80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49,40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7,03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31,9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71,39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80,64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10,7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1329 기사/뉴스 "4월인데 49도"…인도·파키스탄, 2050년엔 생존 불가능할 수도 7 11:55 615
2691328 유머 불순한 의도로 쓰레기 줍는 사람 7 11:54 950
2691327 팁/유용/추천 (종영) 채소가지구 MC : 홍진경×정재형 셰프: 박은영, 손종원, 김정호 풀버전 1 11:52 306
2691326 기사/뉴스 “4·19 혁명 정신 지키자”면서…내란은 언급도 안한 한덕수 11:51 137
2691325 이슈 현역 이과계 도쿄대 대학원생인 연예인의 아침 8시와 저녁 8시 3 11:51 970
2691324 유머 본가 가면 맞아주는 개 2 11:50 917
2691323 기사/뉴스 "트럼프 재집권 후 조사서 '러시아는 적' 미국인 11%p 뚝 떨어져" 11:49 109
2691322 기사/뉴스 미국서 ‘만두’ 디자인 특허에…中 매체 발끈 32 11:47 2,465
2691321 이슈 버추얼 굿즈부터 글로벌 콘서트까지, 팬 접점 확대 중 [버추얼 핫이슈] 11:47 171
2691320 이슈 이수만이 A20에서 키우고 있는 신인걸그룹 중국인멤버 스제.jpg 6 11:46 1,144
2691319 기사/뉴스 엔화 강세도 일본여행은 못말려...日여행금액 15%↑ 2 11:46 304
2691318 이슈 블랙핑크 리사 코첼라 2주차 생중계 (11시 45분 시작) 3 11:45 475
2691317 유머 한국화 팔준도첩(경주마×) 11:44 210
2691316 기사/뉴스 네이버, 좌표찍기 알림 공지 시스템 도입…최수연 "이달 내 적용" 8 11:42 1,441
2691315 유머 100만원 받고 호텔방 바꿔주기 66 11:41 4,329
2691314 이슈 본인이 59kg 맞으세요? 승객 저울에 올린 항공사 논란 72 11:40 6,693
2691313 유머 일본에서 그린 말 그림(경주마×) 11:40 229
2691312 유머 주한일본대사관도 틀린다는 11 11:39 1,628
2691311 유머 ebs숏츠 천만뷰 넘는 전설의 몽골아기들 10 11:39 1,538
2691310 이슈 에스파 닝닝 인스타 팔로우 1000만 돌파 4 11:38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