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현장 한편에서 상비약과 생리대를 무료로 나눠주던 임송연 씨(25)는 "시위 중앙보다는 외곽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얀 롱패딩과 선글라스 차림의 임 씨는 '상비약 받아 간 분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없었는데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다"고 웃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어김없이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주산 5만 명이 참여했다.
과잠(학교 점퍼)을 입은 앳된 얼굴부터,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까지 시민들은 모두 손에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본 집회 시작은 오후 6시였지만 일부 시민들은 2~3시간 전부터 현장에 도착해 자리를 지켰다. 경기 군포시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 모 씨(26·여)는 "오늘 집회 오려고 연차도 냈다"며 "오늘 처음 오는 거라 분위기도 느낄 겸 세 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수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였지만 충돌이나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 모르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핫팩 등 물품을 나눔하거나, 자발적으로 뒷정리를 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던 대학생 정 모 씨(22)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공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부끄러운 게 없었으면 해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고 했다.
시민 자유 발언에 나선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박정민(17) 양은 "사실 오늘 당장 기말고사임에도 시험이 끝나자마자 시위에 나왔다"며 "애초에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가족들이 계엄령이 내려진 날 밤 잠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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