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자축구의 최상위 단계인 WK리그는 2009년 시작돼 올해로 16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실상 리그를 지탱해준 보조금은 최근 3년간 3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급감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후원사도 이탈했다.
WK리그의 운영 주체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다. 연맹은 유소녀 선수들의 쇼케이스 무대인 춘·추계연맹전, 여왕기대회, 선수권대회 등을 주최하는 등 아마추어 여자축구 전반을 관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프로격인 WK리그의 안정적 운영은 여전히 요원하다.
최근 운영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지난달 오규상 연맹 회장은 “연맹 사무국의 부족한 인력과 재정난으로 인해 앞으로 WK리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연맹은 꾸준히 WK리그의 분리를 계획했고, 만약 제약이 있다면 대한축구협회(KFA)에 WK리그 운영을 일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KFA도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연맹은 KFA에 WK리그 운영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보조금 증액뿐 아니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부족한 연맹 사무국 인력을 늘리는 데 필요한 비용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FA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아 연맹 지원 확대를 협의했다. 그 결과, 연맹은 다음 시즌 WK리그 운영을 지속할 것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선 내년 WK리그 신인드래프트와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이 열린다. 운영 주체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리그 내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어 행사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WK리그의 무리한 확장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현재 8개 구단이 참여하는 WK리그는 보조금으로 겨우 리그 운영을 감당하는 수준이다. 오랜 기간 리그를 운영해온 연맹이 뾰족한 대안 없이 KFA에 이를 떠넘긴다면 혼란은 가중될 뿐이다. 리그 규모에 걸맞은 실리적 운영이 필요할뿐더러, 연맹과 KFA의 확실한 교통정리가 절실하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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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가 신경 쓰고 있다는 여자축구리그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