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상권 내 대표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삼각지역 상권이 가장 활발한 금요일 저녁이지만 거리를 걷는 시민들이 많지는 않았다. 권도현 기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김진수씨(가명·42)는 지난 9월 가게를 접었다. 주점을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3억원의 손실을 봤다. 김씨는 “요즘 경기가 코로나19 때보다 더 안 좋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는 손님들이 거리두기 규제로 못 왔다면 지금은 스스로 발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주요 상권의 쇠락을 체감하고 있다. 홍대에서 밤새 문을 열던 술집들이 요즘은 자정까지만 운영한다. 주말 장사를 해도 이전만큼 손님이 많지 않다. 강남 번화가인 신논현역 근처도 가게들이 문 닫는 시간이 빨라졌다. 강남의 즐비하던 클럽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는 “소주 도매가는 올랐는데 출혈을 무릅쓰고 한 병에 5000원에 팔던 소주 가격을 요즘 다시 3000원으로 내린 곳도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내수 부진으로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1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분기(7~9월) 전국 가계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사업소득은 1.7% 줄었다. 특히 올 3분기 40대 가구주의 사업소득은 10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만2000원(13.1%) 감소했다.
영세자영업자가 몰린 음식점 업황이 좋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6.04로 1년 전(79.42)보다 낮아졌다. 경기동향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특히 주점업 경기동향지수는 70.69로 한식(72.66), 치킨 전문점업(74.44) 등 전체 외식업종 중 가장 수치가 낮았다. 김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칵테일 바 등 3차로 가는 술집 발길을 끊고, 그 다음으로 맥줏집 같은 2차, 마지막으로 곱창집 등 음식과 술을 곁들여 파는 1차 술집 가는 횟수를 줄인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들의 빚은 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3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를 보면, 올해 3분기 개인사업자 1명당 평균 대출잔액은 2억9000만원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업권에서 전 분기보다 2.9%, 비은행업권에서는 3.1% 늘었다. 개인사업자 중 대출을 연체하고 있는 차주는 전국 22만3000명이다. 연체 금액은 전 분기보다 11.6% 늘어난 19조3000억원이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은 69.4%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91만819명으로 전체의 9.5%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이 겹친 2022년보다 113.9% 늘어났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 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음식업 폐업률(19.4%)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때보다 높았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의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로, 2013년 이후 가장 높다. 음식업의 창업 대비 폐업률은 96.2%에 달했다. 창업한 가게 수에 맞먹는 만큼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올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올해 1~10월 누계 자영업자 수는 577만명으로 1년 전보다 37만4000명(0.7%)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9만명 늘었지만, ‘나홀로’ 자영업자는 56만3000명 줄었다. 영세자영업자가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음을 알 수 있다.
폐업 급증으로 자영업자 실업급여는 조기에 바닥났다. 정부는 올해 175억4100만원으로 편성한 자영업자 실업급여 신청이 예상을 웃돌아 조기에 바닥날 것으로 보이자, 지난 10월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201억9600만원으로 15.1%(26억5500만원)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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