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이자 한국 최초. 한강(54)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단연코 올해의 가장 큰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5·18 민주화 항쟁(『소년이 온다』), 제주 4·3 사건(『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폭력을 다뤄 온 작가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날, 30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가 러시아 최대 문학상 ‘톨스토이문학상 해외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김주혜(37) 작가의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부터 1965년까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다룬다.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에 관여했던 외할아버지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처럼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와, 그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한 해였다.
가요·스포츠계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적폐 고발’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비판은 한국 엘리트 체육의 낡은 관행을 깼다.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차별·부당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는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안세영은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의 운영 방식이 부실하고 불공정하다며 작심 비판했다. 즉각 조사에 나선 문체부는 지난 10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현재 강제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안세영이 요구했던 선수 개인 스폰서 허용,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폐지 등 운동 환경 개선안도 내놨다. 폭로 당시 “이기적”이라며 일각의 비난을 받았던 안세영의 용기가 끝내 체육계를 바꿨다.
‘여자 아이돌은 얌전한 꼭두각시’라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정면으로 걷어차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도 있다. 평균 나이 18세인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는 지난 28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모회사 하이브 홍보담당자의 ‘뉴진스 성과 폄훼’ 논란, 하이브 관계자들의 뉴진스 멤버 팜하니 따돌림 의혹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9월 소속사 몰래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러한 문제를 직접 폭로했다. 팜하니는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증언했다. 모두 전례 없는 행보다.
타인의 조언을 받았을진 모르나, “어른들 일이라고 맡기고 계속 기다리기엔 저희의 인생이 걸린 문제”(혜인), “뉴진스라는 이름을 위해 싸우겠다. 이름이 어떻게 되든 ‘뉴진스 네버 다이’(뉴진스는 죽지 않는다)”(다니엘) 같은 이들의 당찬 목소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포함한 ‘올해의 양성평등문화’ 36선 관련 더 자세한 보도는 12월 첫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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