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조4000억원을 자체 삭감했다. 정부가 삭감한 13조4000억원에는 저소득층 임대주택, 고교 무상교육 예산 등이 포함됐다. 올해 지출 대비 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많이 감액된 사업은 임대주택지원(출자·융자 포함)으로, 삭감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고교 무상교육에 쓰이던 지방교육정책지원 5000억원, 에너지 취약계층 바우처 지급을 위한 에너지자원정책 3000억원, 지역화폐 예산 3000억원 등도 삭감했다.
반면 야당 삭감액 4조1000억원 중 70%(2조9000억원)는 예비비(2조4000억원)와 국고채이자 재산정(5000억원) 예산이다. 예비비는 국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정부가 쓸 수 있는 비상금이라 ‘정부 쌈짓돈’으로 불린다. 국고채 이자상환액은 법정의무 지출이라 실제 정부 지출을 감액한 게 아니다. 내년 국채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 데 따라 실질적으로 갚아야 할 금액 추계를 달리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액이지만 정부·여당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삭감 항목은 대통령실·검찰 특수활동비다. 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등을 일방 삭감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500억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원도 삭감했다.
민주당은 현 삭감액에서 7000억원을 추가로 삭감한 4조8000억원 감액 예산안을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정부가 ‘민생예산’ 증액안을 가져오면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 공백 상태라 정부가 야당을 상대로 책임 있는 협상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여야 합의에 의한 예산안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다”며 “여야 협상의 물꼬를 터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예산안 논의가 불가능해졌는데, 기재부가 예산안 처리가 안 되는 것이 마치 국회의 책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예산안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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