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아닌 ‘집’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학벌’이 아닌 ‘상식’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드높은 ‘명예’보다 드러나지 않는 ‘평범’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소수의 풍요’보다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독점과 지배’보다 ‘공유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 앞에 경배하는 새로운 인간종이 되게 하소서
지난주 그 밤을 잊을 수 없다. ‘참담’이랄 수밖에 없는 기분에 휩싸여, 나도 모르게 오래전 광주를 배경으로 한 몇몇 영화를 떠올린 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영화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재연될 수 있나.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이상하리만큼 캄캄하고 스산했다. 덜컥 겁이 났던 것도 같다. 당장 누군가 달려와 총부리를 겨누기라도 할 것처럼. 막차에 오른 승객들의 얼굴에 감돌던 유난히 짙은 피로. 그리고 며칠…. 깊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대체 뭘까요? 참기 어려운 북받침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잇따라 만났다. 쉽사리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쌓여가는 가운데 시시각각 업로드되는 속보들만 주시하는 요즘.
“사람값”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으로 살면서도 사람값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믿고 싶다. 드높은 ‘명예’보다 드러나지 않는 ‘평범’을 위해, ‘소수의 풍요’보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 아직 더 많다고. 가까운 곳에 있다고.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