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의견 전달 …용산 격노했다 들어”
■ “내란죄 핵심 증인의 입 막으려는 것…용산은 아직 살아있는 권력”
■ “북한 도발 일으킬 상황 아냐…야당에도 설명할 필요 있다고 생각했다”
■ “2차 계엄 가능성 매우 컸다고 판단…군통수권 유지되면 가능”
■ “대통령과 마음 잘 통해 다 해주고 싶었지만, 국민에게 총 쏘라는 건 따를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관련 불법 지시를 폭로한 뒤 국가정보원을 떠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홍 전 차장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는 홍 전 차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어제(8일) 오전 소환을 통보를 했습니다.
6일 해임 통보부터 검찰의 소환 통보까지 사흘이 채 걸리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홍 전 차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중입니다.
홍 전 차장은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해 “나는 단순 직원이 아니라 정무직 고위 공무원”이라며 “공작 사항이나 방첩 사항을 누설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이야기하고, 원장의 불합리한 처신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5일 오전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의견 전달 …용산 격노했다 들어”
홍 전 차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계엄령 파동이 있고 나서, 국정원의 정무직 고위공무원으로서 현재 상황을 타개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용산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장을 통해 야당 대표와의 통화를 권유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12월 5일 오전 7시 57분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모시는 분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며 “마지막 충정의 상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국민을 이길 수 없고, 그 국민의 절반은 우리 편이니,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 “내란죄 핵심 증인의 입 막으려는 것…용산은 아직 살아있는 권력”
김태효 1차장은 홍 전 차장의 메시지를 읽었지만, 별다른 답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후 5일 오전 신뢰할 만한 소스로부터 용산 민정수석실에서 격노해 ‘홍장원을 때려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태용 원장이 이후 5일 오후 4시 저를 불러 대통령의 뜻이라며 경질 통보를 하면서, 제 경질 사유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할 때부터 짜진 각본 같았다”며 “용산은 아직 살아있는 권력 같았고, 민정수석이 검찰과 통하니 저를 바로 잡으러 온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폭로 이후 저는 현재 수사 중인 내란죄의 핵심 증인인데, 제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해병대 박정훈 대령 사건이 떠올랐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 도발 일으킬 상황 아냐…야당에 설명할 필요 있다고 생각했다”
홍 전 차장은 현재 북한의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 상당 부분 전력을 투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쪽에다 군사 도발을 해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도리어 윤 대통령이 이런 일을 만들어준 것을 김정은이 대단히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절반이 지지하는 야당에도 현재 상황에 대해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정무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 “2차 계엄 가능성 매우 컸다고 판단…군통수권 유지되면 가능”
홍 전 차장은 또 이런 판국에 설마 ‘2차 계엄’이나 군사 개입이 있겠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군통수권자가 북한이 해안포의 포문을 개방하니 선제 타격하라고 지시하면 현장에 준장 정도 되는 계급의 군인은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북한이 전술핵과 같은 주요 자산을 움직이면 우리가 바로 표적 타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그 과정에서 민간인처럼 공문 보내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군 통수권이 유지된 상황에선 가능한 일이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은 “탄핵 시점에 오히려 군사 개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서 나름대로 상황 관리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무인기를 이용해 북한 선제 타격을 시도하려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이는 보안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무인기와 관련해선 국정원 2차장 산하 업무”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통령과 마음 잘 통해 다 해주고 싶었지만, 국민에게 총 쏘라는 건 따를 수 없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사태’ 이전까진 윤석열 대통령과 정말 마음이 잘 통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은 “용산에 한번 보고하러 들어가면 통상보다 훨씬 길게 40분 간 보고했고 (대통령께서) 저한테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제 보고를 재미있어 하셨다”며 “마음이 잘 통했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그러나 딱 한 가지, 국민들한테 총 쏘라는 건 따를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은 내가 (지시를) 따를 거로 알았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보고해도 별말을 하지 않고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