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건 밤 10시58분께다.
이어 밤 11시57분께 국회 본회의장 앞은 헬기에서 내린 무장 계엄군 수십 명이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국회 정문을 뚫고 들어간 일부 시민들이 다 함께 몸을 겹쳐 계엄군을 막았다.
이렇게 시민들과 계엄군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등은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러 국회 본청 안으로 들어갔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12월4일 밤 0시5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라고 밝혔다.
정문 진입에 난항을 겪은 계엄군은 건물을 끼고 돌아 청사 측면에서 진입을 시도했다. 밤 0시35분께였다
시민들은 군인을 향해 “그만두라”, “위법한 명령을 따르느라 국민에게 죄짓지 말라”고 소리쳤다. 어떤 이는 계엄군들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외쳤다. 또 다른 이는 애국가를 불렀다.
그 사이 군인들은 청사 안으로 계속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군인을 시민들이 잡아당기고 군인들이 그 손을 뿌리쳤다. 민주당 보좌진들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입구 유리문 앞에서 계엄군 진입을 차단했고, 일부 보좌진은 소화기를 뿌리며 대응하기도 했다.
대치하던 상황이 반전된 건 약 1시 무렵이다. 12월4일 새벽 1시1분께 정문 앞에서 군인들이 계속 진입을 시도하던 중 국회 안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재석의원 190명 가운데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령 해제를 의결한 것이다.
이 속보를 전해들은 시민들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군인들 기세도 주춤했다. 시민들은 “장병 여러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 “다시는 이런 일에 동원되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청사를 향해 ‘윤석열 퇴진하라’, ‘윤석열 체포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추운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마스크를 쓰고 국회로 향했던 시민들이 없었다면 국회의원들의 국회 입장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은 어설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