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찰리 멍거 (1924-2023)
직업: 변호사 -> 투자자 -> 워렌버핏 딱까리
작년에 세상을 떠난 워렌버핏의 영원한 파트너 찰리 멍거는
워렌버핏의 인지도에 가려져 잘 알려져있지는않지만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넓게 (어떤의미로 보면 넓고 얇게) 공부한 의미심장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이 사람은 생전에 좀처럼 직관적이지 않지만 수긍이 가는 의미심장한 말들과 행동들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것으로 유명하다
1) 빨리 성공하는거보다 천천히 성공하는게 그냥 "실제로 더 우월한" 방법이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것 처럼 빨리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자. 나이 30에 이룰 수 있는것을 다 이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인생은 아직도 수십년 남아있는데 말이다.
어쩔수없이 그렇게 되버렸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자신의 진지한 목표라면 정말로 바보같은 짓이다.
진짜 승리자는 죽을때까지 급하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끊임없이 성장하는것이다. 나는 그걸 해냈지만 아마 님들은 힘들것이다 ㅎ
2) 나는 어떤 사람이 성공한 인생을 살았는지 평가할때 그사람이 죽는순간까지 보고 나서 평가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속칭 "성공한 사람들"이 죽음에 다가갈때 얼마나 외롭고 불행하게 죽는지 관심이 없는게 신기하다.
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이 있지만 후반부의 인생을 ㅂㅅ처럼 경영해서 하나도 행복하지 못하다.
난 그 사람들이 늙어서 외롭고 불행할때 "난 그래도 젊었을때 성공했었으니까 그거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라고 말하는 적을 본적이 없다.
나는 그래서 젊었을때 속세적 성공을 한 사람들을 진짜로 성공했다고 평가할수가 없다. 인생의 후반마저 잘 경영하다 죽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속칭 "성공한 사람들"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생후반에 비참한지 알면 다들 깜짝 놀랄것이다.
우리는 JP모건이란 사람이 미국금융을 재패하는건 기억하지만 그 사람이 늘그막에 인간관계관련일로 정신이 나가 미친사람처럼 살다가 죽었단건 잘 모른다.
과연 JP모건이 정신이 나가서 뒤져갈때 "나는 그래도 미국을 위기에서 두번이나 구한 미국금융의 왕이라서 행복해"라고 했을까요? 알 방법은 영원히 없지만 아마 안그랬을겁니다.
반면에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여기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인생을 마지막까지 경영을 잘 하다가 죽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난 그들이 더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이건 내가 앞서 말한 "재물은 많지만 후반부에 불행한" 사람들도 동의할것이다.
3) 난 버크셔 헤서웨이 (워렌버핏과 찰리멍거의 회사)에 자아의탁하지않는다
우리 버핏이는 버크셔에 약간 자아의탁하는거 같아 보이긴 한데 난 사실 거의 안하는편이다.
내 일, 가족, 취미등 적절히 분산투자를 하는게 인생에서 유리하다. 난 어느 한군데에 자아의탁을 했다가 그게 붕괴되면서 자신의 인생도 붕괴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물론 버크셔 헤서웨이 좋은회사는 맞음 ㅎㅎ
4) 이론적으로 사람은 죽기직전이 그 사람의 전성기일수가 있다 (1번의 연장선)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갑자기 성장을 멈춘다. 자신이 알 만한건 다 알고있다고 착각해서이다.
나는 늙으면 더이상 성장할수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십년전의 나 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
십년전의 내가 무식한 말을 했던게 눈에 보인다. 불과 몇년전의 내가 무식한 말을 했던적도 종종 있다.
워렌버핏은 올해 버크셔 헤서웨이 연간행사에서 "찰리는 99살에 죽었는데 죽기 직전이 그의 인생의 전성기였어요. 그렇게 산 사람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드뭅니다." 라고 함
5) 지금 자라나는 20대들에게 해줄 말 없습니까? "기대치를 낮게 가질수있다면 '유리한 삶'이다"
나도 인간이다보니 삶, 결혼등 모든것 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스멀스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대치를 낮추는건 인간으로서 실천하기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불행은 높은 기대치에서 온다. 나는 모든것에 대해 최대한 기대치를 낮게 가지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해왔고
전부 피할순 없었지만 꽤 많은 불행을 피해왔다고 생각한다.
6) 나는 행복을 쫓기보단 큰 불행을 피하는데 내 삶을 집중했다
보통 너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면 정답을 찾기 보다 정답이 아닌걸 피하는게 더 쉬울때가 있다.
인생도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적극적으로 쫓기보단 큰 불행의 씨앗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데 모든 집중을 쏟았다.
7) 난 지구온난화보다 석유보존을 더 걱정한다
미래에는 이 사실이 바뀔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석유가 유한한 자원이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는게 현명하다.
난 대체에너지를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석유보존 때문이다.
후손들이 위급할때 무언가라도 할수있는 옵션을 남겨두는게 현명하다.
우리 인류는 너무 "이 방법이 끝나갈때쯤 기가 막힌 새로운 방법이 발명되겠지"를 가정하고 모든걸 진행하고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위험하다.
8)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것으로 보이시나요?
찰리 멍거 "로마, 대영제국.... 세상 모든 제국들은 영원한적이 없었다. 미국도 영원할 확률은 적을것이고 원래 세상이란게 그런거니 너무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중국이 앞지른다고는 표현안했는데 걍 저렇게 대답함)
9) 경제학의 두 아버지 아담 스미스 (국부론), 데이비드 리카르도 (비교우위론)가 놓친 점
"아담 스미스가 살던 시절은 인류가 기술적으로 급격하게 발전하기 전 시절입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는 인류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됐을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난 이게 뭔뜻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주장한 비교우위론은 맞는 주장입니다. 각자의 국가가 서로 더 잘하는 것들을 담당하면 서로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역을 통해 어느 나라(중국 고성장시절)는 일년에 20%씩 성장하고 어느나라(미국)는 일년에 2%씩 성장하는 상황이 오면 두 나라 전부 혜택을 입긴하지만 상대적으로 볼때 그중 한 나라가 훨씬 더 큰 혜택을 입는것또한 사실입니다"
Q: 그래서 중국을 어떻게 해야했나요?
"뭘 어떻게 해 ㅅㅂ. 자기들이 잘 살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하는 이상 우리 미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어차피 없었습니다."
10)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싸우고 앉아 있는건 지상 최대의 멍청이 짓이다.
찰리 멍거는 2023년 죽기 전 중국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 미중 무역전쟁의 전망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대답.
"미국은 중국을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 세상엔 미국이 중국과 교역을 멈춰도 중국과 교역을 해야하는 나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사이가 안좋은건 엄청난 멍청이 짓입니다. 두 국가는 서로의 장점을 부러워해야 합니다. 미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중국을 몰락시킬수있는게 옵션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근데 그건 옵션이 아닙니다. 그리고 중국이 세계 생산력을 증가시켜서 인류전체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줬는데 그걸 부수려는 아이디어조차 듣도보도못한 멍청한 생각입니다"
11) 나는 굉장히 넓은 분야를 얇게 배워서 성공했고 그 삶이 매우 즐거웠지만... 추천은 안합니다
나는 최대한 넓은 분야를 얇게 배우는걸 평생동안 즐겨했습니다.
어짜피 각 분야의 정수 80%정도는 처음 20%정도의 시간만 들이면 깨우칠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옛날에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남들에게 많이 추천했는데
좀 살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전문성을 가지는것이 좋습니다.
저는 운이 좋고 상황이 잘풀려서 이런 방식을 택하고도 성공할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문성이 없으면 인정받기 힘들겁니다.
근데 이거 하나도 알려드릴게요.
저처럼 살면 진짜 사는게 존나 재밋긴합니다. 배울게 끝이 없거든요.
12) 지금 평범한 사람들이 100년전 록펠러나 JP모건보다 "실제로" 더 잘산다. 근데 우리의 삶은 더 불행해진거 같다.
지금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100년전 록펠러나 JP모건보다 "실제로" 더 잘삽니다.
물론 우리들이 그들이 가졌던 뉴욕의 대저택은 가질수 없겠지만
우리가 현재 누리고있는 굉장히 많은 것들은 그들이 억만금을 주고도 구매할수 없던 서비스와 제품들인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의 삶은 딱히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류의 발전동력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욕심"으로 부터 나온것이 아니라 "질투"로 부터 나온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노력과 운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정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본인이 부자가 됬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감정을 정복하기가 힘들것이고 그 감정때문에 쓸데없이 불행한 순간이 많이 찾아올것입니다.
미국이 대공황에 빠져서 살기가 정말 힘들던 1930년대의 오마하 (찰리 멍거 고향)의 밤거리를 걷는것이 지금 로스앤젤레스의 밤거리를 걷는거보다 안전합니다.
이건 우리 인류의 굉장히 큰 어려움이자 문제인데... 저도 딱히 솔루션은 생각할수가 없네요 gg
13) 워렌버핏은 찰리멍거를 개인용 챗GPT로 종종 사용했다
찰리멍거가 워낙 넓은 분야를 얇게 알고있어서 워렌버핏은 아무 궁금한거나 있으면 찰리멍거에게 전화해서 그거에 대해 묻곤했고
찰리멍거도 마치 챗GPT마냥 왠만한 질문에 대해 최소한 자기의견은 말해줄수 있었다고한다.
그래서 언론이나 주주들이 찰리멍거가 나타나면 버크셔 헤서웨이랑 상관이 전혀없는 아무질문이나 해재끼곤했는데
가끔씩 찰리멍거가 모르는 주제나 답이 없는 주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찰리멍거는 "내가 모든걸 다 알진않지 ㅅㅂ"라고 대답하곤 했다
14) 가불기
찰리멍거와 워렌버핏은 말 다툼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대신 그들은 가끔 서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적은 있다고 한다.
가끔 찰리멍거가 워렌버핏을 끝까지 설득시키지 못했지만 필살기를 쓰고 싶을때 워렌버핏에게 하는 말이 있다고한다.
"너 맘대로해. 하지만 넌 아마 내 말대로 하게 될거야. 왜냐면 너는 똑똑한사람이고 그래서 내말이 맞는말이란걸 곧 스스로 깨달을테니까"
그러면 30분뒤에 워렌버핏이 전화와서 찰리멍거말대로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찰리멍거 "봐봐 너 똑똑하잖아. 내말이 맞다는걸 빠르게 깨닫잖아 (끝까지 티배깅)"
15) 워렌버핏의 찰리멍거사랑
찰리멍거는 2023년 CNBC와 인터뷰가 끝난후 15일뒤에 사망했다 (이 인터뷰 보면 15일뒤에 죽을사람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을정도로 죽기직전까지 정신이 멀쩡했음)
혼자가 된 워랜버핏은 올해 주주총회때 "이제 당신은 궁금한게 있거나 조언이 필요할때 찰리멍거 대신 누구에게 질문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 사람들은 이제 워렌버핏의 후계자가 된 그렉 아벨 (버크셔 헤서웨이의 차기 지도자)을 워렌버핏이 샤라웃하길 바랬던거 같다.
하지만 워렌버핏의 대답
"이제 전 뭐 궁금한거 생겨도 질문할만한 사람이 없는거죠뭐" (그렉 아벨이 바로 옆에 앉아있었는데 예상한 답변이라는듯 미소지음)
16) 워렌버핏의 고인드립
올해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도중
워렌버핏: 찰리는 항상 '내가 죽는곳이 어딘지 알려주세요 그러면 거기를 영원히 안갈꺼니까'라고 했는데.... (결국 갔나보네요)
(청중들 웃음 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