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하 연극 '환생경제' 어땠길래, 자꾸 되살아날까
주호영 나경원 심재철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출연?
‘노가리’ ‘육ⅩⅩ놈’ 등 원색 표현?
노무현 전 대통령 공개 모욕
'풍자·막말 논란' 터질 때마다 재등장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004년 8월 28일 저녁 전남 곡성군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환생경제'를 창단기념으로 공연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환생경제'가 또 '환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문제 삼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언급하자 "도무지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연극 '환생경제'를 꺼냈다. 이 지사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 대통령님을 얼마나 추잡스럽고 비열하게 희롱했는가" 하고 물었다.
이런 '환생경제'가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풍자, 욕설, 성 비하의 대명사라 할 만한 사건으로, 비슷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수도 없이 정치인의 입과 언론 보도에 오르내린다.
실수를 했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갈구했든, 정치인들의 막말, 성 비하, '선 넘는' 정치풍자 등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생경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사건이 없음을 방증한다.
노 전 대통령 패러디한 '노가리' 향해 "XXX 달 자격도 없는 놈"
'환생경제'를 다룬 한국일보 2004년 8월 30일자 10면 기사.
‘환생경제’는 2004년 8월 28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정치 풍자극을 공연하겠다며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 24명이 구성한 극단 ‘여의도’가 처음으로 올린 풍자극으로,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연출했다.
이 연극은 노 대통령을 암시하는 등장인물 '노가리'를 "집안 말아 먹은" 무능한 가장으로 묘사했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암시하는 인물로는 두 아들 '민생'과 '경제'를 보살피는 아내 '근애'를 등장시켰다. 연극 중 근애의 친구로 등장한 '부녀회장'과 '번영회장'은 '노가리'를 향해 "ⅩⅩⅩ 달 자격도 없는 놈" "육ⅩⅩ놈"이라고 욕설하기도 한다.
아무리 당내 행사라지만 야당 의원들이 현직 대통령을 공개 모욕하고, 자기 당과 당 대표를 은근히 찬양한 이 괴상한 연극은 당시에도 큰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대꾸할 만한 가치가 없다"며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내용은 도외시한 채 아주 부분적인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이후 극단 여의도는 별 활동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020931000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