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도에 협동수사본부 그런데에서 조사받고 할때는
무서운 느낌이 그게 제일 컸어요
그래서 제가 감동받아가지고 생생히 기억하는데
재판하기 전에 군검사한테 불려가서 조사를 받으러갔는데
그때가 7월달이었나 날은 덥고 매미가 막 울고 그런때였어요
다 포승에 묶여서 수갑차고 이렇게 나무의자에 묶인 채로 열댓명이 이렇게 앉아있었어요
숨소리도 안나게 고요해요 착검한 헌병들이 지키고 있고 총 들고
나비가 한마리 들어온 거에요 꽤 큰 나비가
그래서 그 나비가 나갈려고 유리창에 부딪히는 거에요
숨도 크게 못 쉬면서 있었는데 그 나비가 계속 창에 부딪히니까
다들 알았어 나비가 들어와서 지금 나갈려고 한다는 걸
무서워서 착검한 총을 들고 헌병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무서워서 감히 못하는 거에요
누군가 일어나는 소리가
까만색 큰 나비였는데 나비를 이렇게 잡아가지고 또 천천히 걸어서
헌병 옆을 지나서 문 앞에서 탁 놔주고
다시 또 스윽 돌아가가지고 자기자리로 가서 스윽 앉는 거에요
난 상상이 안되는 거야 난 너무 무서워가지고 그 생각을 하면서 몸이 안움직여서 이렇게 있었는데
하여튼 묘~한 소설에나 나옴직한 분위긴데
나중에 누구한테 물어봤는데 가톨릭 수사님이라는 거야
신부가 되기 전에 가톨릭 수사
그래서 이름을 알았어 제정원이라는 분인데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저분이 저렇게 할 수 있었던 거는 종교의 힘이 아닐까?
그 부천에 보금자리라고 그 가난한 분들 위해 운동하시던 분인데
왜왔냐고 그래서
종교를 가지면, 신을 믿으면 이 두려움이 없어질 수 있을까 싶어서
제정원 선배를 찾아왔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물어보고 싶어서
그런데 답이
교회에 나오지 말래요
그것 때문에 나오는 거라면
인간은 두려움을 없앨 수 없대요
그러면 제정원 형은 어떻게 그렇게 했고
선생님은 또 어떻게 이 힘든 길을 또 가시고
이런 게 다 두려움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십니까?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참는 거래요
두려운데도 하는 거래요
두려움을 견디는데 다소간의 의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딱 얘기를 해서 그래서 제가 아 그렇구나 좀 실망했어요
사실은 제정원 신부님도 무서웠지만
우리가 보통 한낱 민물이라고 말하는 나비 한 마리지만
저 헌병이 개머리판으로 나를 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로 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