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이 사태는 ‘교내 공간을 점거하고 래커 시위를 할 정도는 아닌’ 사안에 일부 극성 여성주의자들이 과격한 시위를 선동하며 일으킨 비문명적 폭동에 불과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 논의 잠정 중단에도 학생들이 교내 점거 및 시위를 끝내지 않자 일부를 특정해 소송을 거는 강수를 두며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학생들의 민주화 투쟁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가 지금의 여대 시위를 폭력적이라 하는 것에서 시위의 본질을 왜곡하고 외면하려는 의도를 배제하기는 힘들다. 투쟁 중인 상황에도 집회와 파업권 대신 기물 파손이라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앞세운 폭력 운운에 불균형적으로 방점이 찍힌 여론과 언론의 흐름이야말로 의미심장하다. 언제는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더니 이제는 ‘시위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잘 지워지는 수성 대신 유성 래커를 써서 수십억 원의 배상액을 떠안게 됐다며 조소를 보내는 칼럼이 주요 일간지 지면에 버젓이 실린다.
여대의 폭력 시위 및 학습권 침해 논란은 이런 큰 그림을 강화할 근거로써 동원된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최근 수년간 시위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기도 했다. ‘남성을 거부하고 여성들끼리 있겠다’고 외치는 20대 여성들의 시위라니 더 볼 것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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