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제로 성장 땐 직장인들 평생 1억 저축도 힘들어”
3,590 5
2024.12.05 08:44
3,590 5

[’성장률 1%’ 쇼크] [5] 김세직 서울대 교수 인터뷰


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7%, 이회창 후보는 6% 성장을 공약했다. 다음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747 공약(연 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강국)을 내세웠다. 이들의 임기 때 연평균 성장률 6~7%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당시엔 목표치라도 있었다. 이후 한국 경제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은행은 내년과 내후년 1%대 성장을 전망한다. 일본식 ‘제로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수년 내 0%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2일 만나 ‘제로(0) 성장’의 의미부터 물었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경제성장이 멎은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 근로소득자 연평균 소득이 4200만원이다. 성장이 멎으면 이 연평균 소득이 일생 동안 거의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취직해서 은퇴할 때까지 25년 정도 직장 다닌다고 할 때, 평생 일해 10억원 조금 넘게 번다는 것이다. 평균 저축률이 10% 정도니까, 평생 소득 10억원 중 1억원을 모을 수 있고, 맞벌이면 2억원 정도밖에 못 모은다는 얘기다. 요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이다. 평생 1억~2억원 저축으로 감당이 되겠는가. 전세도 못 얻는 돈인데.”

 

-국가 전체적으로는 어떤가.

 

“정부 개입이 없다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逆)성장이 2년에 한 번꼴로 일어날 수 있다. 제로 성장은 경제활동의 ‘빙하기’다.”

 

김세직 교수는 2016년 논문에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 거의 20년 걸쳐 한국경제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성장률은 해당 연도와 앞뒤 5년씩 총 11년치 연간성장률을 산술 평균한 것으로 단기 요인에 영향받지 않는 그 나라의 ‘진짜 경제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영삼 정부 때 6%대이던 장기성장률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5→4→3%대로 5년마다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내려앉았고,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 때는 2%대로 진입했다.

 

-최근 장기 성장률은 2% 안팎이다.

 

“2014년에 서울 4억원짜리 집이 2021년 10억원이 될 정도로 부동산 중심 부양책을 썼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가 생각보다 잘 팔려 무역수지가 좋아졌다. 이 두 가지 큰 요인 때문에 추세선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일종의 착시로, 근본적인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

 

-왜 추세적으로 떨어지나.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인적 자본 문제가 크다. 1960~80년대에는 한국의 모방형 인적 자본이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물건을 잘 베껴서 수출하면 성장했다. 1990년대 들어 한국과 선진국 기술 격차가 20년 안으로 좁혀졌다. 선진국 기술은 대개 20년 특허로 보호되는데, 기술 격차가 20년 안으로 좁혀졌으니 더 이상 베낄 기술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한국이 그 후 더 성장하려면 모방형이 아닌 창조적 인적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생략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까닭은.

 

“미국은 지난 150년간 3% 수준의 장기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발명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등 만든 토머스 에디슨, 전화 만든 그레이엄 벨, 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한 헨리 포드로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도 일론 머스크가 나오지 않았나.”

 

-천재가 성장을 만드는 건가.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면 평범한 국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고속도로를 나갈 때 볼 수 있는 분홍 유도선을 처음 아이디어 낸 사람이 도로공사 윤석덕씨라고 한다. 그럼 그 유도선에 ‘윤석덕 라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정한 재산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한 번 생각해 내기는 어렵지만, 베끼기는 쉽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해결하려 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문제의 핵심이 뭔지를 가린 다음, 그에 맞춘 대책을 세운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그 문제에 관해 토론한다. 그래서 미국은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 때 제조업 부흥과 중국 견제책을 지속해 올 수 있었다.”

 

-성장률이 반등하기엔 시간이 너무 안 남은 것 아닌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으로 떨어지는 데 앞으로 5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다면, 그 기간 사회 전반적인 창의성 확대로 저성장을 저지할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74461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겨울 민감 피부 긴급진정템🚨 에센허브 티트리 진정 크림 체험 이벤트 239 12.09 22,41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111,05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4,114,48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908,9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284,69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0 21.08.23 5,510,14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2 20.09.29 4,462,94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0 20.05.17 5,068,32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3 20.04.30 5,501,64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304,0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1740 기사/뉴스 "다 벗고, 안고, 만지고" 선우은숙 친언니 강제추행 증언→유영재 "친밀감 표현" [종합] 23:12 193
321739 기사/뉴스 “정치집회 금지” 공지한 강원랜드 간부…결국 직위해제 6 23:07 1,234
321738 기사/뉴스 [국외지진정보] 12-10 22:56 대만 이란현 동쪽 87km 해역 규모 5.0 3 23:05 375
321737 기사/뉴스 [단독] 尹대통령, 비상계엄 변호인 구하는 중…일부는 거절 376 22:51 22,670
321736 기사/뉴스 온실가스 내뿜으며 생태 풍월, 환경재단의 호화 뱃놀이 11 22:51 2,175
321735 기사/뉴스 [단독] 707특수임무단 대원이 밝힌 그날의 진실...“계엄이 실패한 이유는 항명” [저격] 10 22:47 3,894
321734 기사/뉴스 [속보]특전사령관, 비상계엄 선포 전인 12월 1일 계엄 미리 알았다 21 22:44 3,305
321733 기사/뉴스 [단독] 경찰 “한덕수, 계엄법상 내란 관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 205 22:42 11,878
321732 기사/뉴스 9월 1일 기사 [속보] 이재명 "국회 계엄 해제 막기 위해 국회의원 체포·구금 계획 꾸몄다는 이야기도" 4 22:42 1,957
321731 기사/뉴스 10자년 걸리는 문제 5분 만에… 구글, 양자컴 개발 성공 6 22:38 1,603
321730 기사/뉴스 "내란에 동조한 당신!"…쪽지 붙여 경찰 조사받은 고3 '혐의 없음' 18 22:36 1,433
321729 기사/뉴스 쿠데타 성공확률 93.3%를 뚫을 수 있었던 이유 28 22:14 6,144
321728 기사/뉴스 [단독] 한동훈 "김용현 영장 무시무시한 내용 까질 것...미룰 시간 없어" 47 22:08 4,800
321727 기사/뉴스 '지금 거신 전화는', 결방 없다 "13일 5회 10분 확대 편성" 3 22:05 912
321726 기사/뉴스 뉴진스→VCHA, 들불처럼 번진 '계약 해지 통보'…K팝·엔터 흔들리면 결국 피해는 후배들몫 [TEN스타필드] 34 22:04 1,691
321725 기사/뉴스 [단독] "대통령, 빨리 문 부수고 의원들 끄집어내라고"…곽종근 사령관 단독 인터뷰 5 22:00 1,531
321724 기사/뉴스 [단독] 국회출동 경찰 기동대 "'시민 점령 막아라' 지시 받았다" 41 21:46 3,862
321723 기사/뉴스 '지금 거신 전화는', 살벌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기묘한 경험 3 21:44 1,453
321722 기사/뉴스 [단독] 국방부, 포렌식 전문가 투입해 디지털 증거 인멸 막는다… 계엄군 선관위 진입도 조사 12 21:42 1,902
321721 기사/뉴스 비상계엄 해제 '숨은 공로'···국회 표결 시스템 관리 직원들도 그날 담벼락 넘었다 35 21:41 2,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