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이헌환 전 헌법재판연구원장 칼럼 : 헌법상 요건 갖추지 못한 위헌 계엄령
4,653 12
2024.12.05 01:46
4,653 12

선포 요건인 ‘비상사태’라 보기 어려워
국회 활동 금지한 포고령도 헌법 위배
계엄군 진입-구금 시도는 내란죄 소지
정치적 위기 돌파 위한 악용 용납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한밤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무위로 끝났다. 비상계엄령이 발령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인 1979년 10월 27일 0시에 선포돼 1980년 5월 17일 광주 민주화 항쟁 전날 제주도까지 확대 선포된 이후 45년 만이다. 이날 158분간의 비상계엄이라는 황당한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위법적, 위헌적 소지를 갖고 있다.


헌법 제77조가 규정한 비상계엄은 실질적 및 절차적 요건을 갖출 때만 선포될 수 있다. 실질적 요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는 상황적 조건이다. 지금 상황이 전시나 사변이라 할 수는 없으므로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여야만 비상계엄이 성립한다. 누가 이 비상사태를 판단해 선포하는가는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전속되어 있지만, 선포 이후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회도 비상 사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헌법 제89조에 따른 국무회의 심의와 계엄 선포 후 국회 통고가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 결과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대통령 단독이 아니라 국무위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적 취지라고 볼 수 있다.


3일 밤의 계엄 선포가 과연 위의 두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윤 대통령은 종북 및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킬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 스스로가 자유 헌정 질서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줄곧 있어 왔다. 아울러 ‘비상’이 ‘평상’과 ‘정상’에 반대된다는 의미라면 3일까지의 국가적 상황이 ‘비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야당의 잦은 탄핵 발의와 과도한 예산 감액 및 단독 처리를 문제 삼은 듯하나, 그 어느 것도 전시·사변에 준할 만큼 평상과 정상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탄핵 발의와 예산 삭감은 미래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지 이미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 헌법은 예방적 계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 과정도 논란이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의결 정족수만 넘길 정도인 11명의 국무위원만 참석했고, 대다수가 계엄에 반대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판단을 막기 위해 절차적 요건을 강조한 헌법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계엄 선포 후 내려진 포고령은 마치 유신시대 긴급 조치의 포고령을 다시 보는 듯하다. 헌법상 비상계엄이 국회의 권한과 지위를 침해할 수 없음에도 포고령은 버젓이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전공의 등의 복귀 명령은 더욱 뜬금없다. 포고령 자체가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비상계엄의 선포가 위헌·위법적 행위라면, 3일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행위는 형사상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특히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제한했고 사실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주요 국회 지도자들에 대한 구금 시도가 있었다면, 명백히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서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내란죄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로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곧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형사사법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법 집행에만 충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는 대통령은 평상적인 수단으로 그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비상적인 수단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까지의 권위주의 독재 정부들은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숱한 비상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일제강점기의 유산인 경찰 세력, 군부 세력, 재벌 세력, 독재 세력 등을 모두 극복하고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달성하였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회의 조직화된 부분 세력으로서 검찰 세력이 마지막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한 것인지도 모른다.

상식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보며 2차 비상계엄 선포가 뒤따르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비상계엄은 국가 긴급권이고 비상적인 권한이다. 역사적으로 국가 긴급권은 자연적, 사회적 재난보다는 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용됐다. 이런 사태가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으려면 비상계엄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재판연구원장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602265?sid=110






목록 스크랩 (2)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주지훈×정유미 tvN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석지원×윤지원 커플명 짓기 이벤트 209 11.29 90,52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4,021,98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818,36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172,921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543,67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5 21.08.23 5,446,72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406,61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0 20.05.17 5,001,24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3 20.04.30 5,456,03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239,73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9964 기사/뉴스 서울대, 5년만 학생총회…"박종철 열사 후배로서 尹 퇴진 요구" 2 22:48 304
319963 기사/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퇴진 목소리로 ‘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 15 22:39 1,936
319962 기사/뉴스 잡음 셀프 소환?…'이적' 더보이즈 상표권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11월부터 업계관계자들한테 연락돌렸다함) 12 22:31 866
319961 기사/뉴스 [종합]유진♥기태영, '슈돌' 하차한 이유 고백 "부작용 있었다…子 불편해해" 17 22:30 6,458
319960 기사/뉴스 대학생·청소년 늘어난 대전 집회 "대학가 탄핵 여론 들끓어" 5 22:24 1,879
319959 기사/뉴스 [단독]한동훈, 與소장파 '임기단축 개헌 요구' 미리 듣고 '반대' 안했다 29 22:21 3,192
319958 기사/뉴스 "자영업자 힘내라" 하루 뒤 계엄…"예약 줄취소" 127 22:14 20,710
319957 기사/뉴스 쿵따리 샤바라를 "윤석열 나가라"로 바꾼 부산시민들 [영상] 18 22:13 3,346
319956 기사/뉴스 계엄 후폭풍 막는다 "10조 증안펀드 가동 준비, 40조 채안펀드 투입" 41 22:09 2,391
319955 기사/뉴스 '아모르파티'·'한페될'까지…축제 분위기 된 尹 퇴진 행진 (종합) 19 22:09 4,228
319954 기사/뉴스 75세 부산시민의 분노 "이런 추한 대통령은 처음" 10 22:08 6,482
319953 기사/뉴스 시국이 시국이라 작은 뉴스가 되어 버렸지만 실시간 지하철에 사람들이 갇힌 사건 발생 11 22:07 6,230
319952 기사/뉴스 이시바 "한일관계 개선 위한 윤 대통령 노력 훼손해선 안 돼" 799 22:06 25,327
319951 기사/뉴스 김건희가 찍어내고 싶어하는 big3 (feat: mbc장인수기자) 26 22:04 7,595
319950 기사/뉴스 배우 이병헌·수애 주연 영화 '그해 여름' 뮤지컬로 재탄생 6 22:00 869
319949 기사/뉴스 동물단체도 시국선언 "민주주의 파괴, 동물도 자리 없어" 19 21:58 2,122
319948 기사/뉴스 '한강이 온다' 스톡홀름 노벨 주간 시작 16 21:50 2,618
319947 기사/뉴스 '지거전' 홍희주 목소리 들은 백사언의 선택은… 상승세 탈까 4 21:48 1,459
319946 기사/뉴스 '여행 주의국' 신세 된 한국‥원화 환전 거부 사례도 13 21:45 2,166
319945 기사/뉴스 트와이스 지효 "어차피 바람 필 놈은 바람 펴…버리면 된다" 8 21:40 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