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국회 선출)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계엄은 인권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다. 계엄군의 국회 침입으로 하루만에 국가와 시민에게 끼친 피해가 너무 크다. 계엄선포가 적법하게 행사됐는지 대통령실을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는 5일 오전에 열리는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 실시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법 제30조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진정이 없어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민경 위원(대법원장 지명)도 “인권위는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하고 직권조사와 의견표명을 통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인권위원들이 인권보호의 책무보다 대통령과 정권수호를 우선시하지 않도록 국회와 국민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내부망에는 인권전담기관의 수장으로서 안창호 위원장의 의견표명을 촉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직원 ㄱ씨는 “인권위원장 성명이 필요하다. 내일이면 늦는다. 계엄 선포는 위헌·위법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인권위의 침묵이 부끄러운 수요일 오전”이라고 썼다. ㄴ씨는 “비상계엄령 시기 정당활동을 비롯해 집회·시위·결사 등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민주주의 후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적어도 이 상황에 대한 위원장 성명이나 의견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지 않을까. 국장단 회의를 기대해본다”고 적었다. ㄷ씨는 “총칼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분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총을 겨누게 하고 헬기를 띄워 진입하게 한 것,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군을 위해 한마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썼다.
안 위원장의 침묵이 쉽게 깨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직원 ㄹ씨는 “위원장이 위원회의 존재를 보여줄 리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치활동과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제한되는 이 상황에 대해서 위원장은 어떤 말도 안 할 것이다. 그가 아무 말도 안 할 사람이라는 걸 청문회 과정에서 보았다”라고 적었다.
이날 안창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어떻게 보느냐”는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상임위원과 김종민·이한별 위원, 국회에서 선출된 이충상 상임위원도 역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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