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65389
4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일선 기동타격대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1시10분께 서울청 소속의 한 기동대 상황실은 산하 기동대들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갑호 비상으로 전 직원을 출근하도록 전파해달라”는 내용을 메시지를 발송했다. 서울청 기동본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청 경비부에서 (병력동원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일선 기동대에서는 전원 출근해 대기 태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경찰청 산하 한 경찰관도 본지 기자에게 “갑호 비상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실제 동원령이 내려진 건 아니고, ‘전원 출근’을 하달하는 데 전달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이를 ‘갑호비상’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만일 경찰력 5000명이 실제 동원됐다면 국회 봉쇄가 가능했고, 결의안 통과가 안됐을 수도 있다”며 “군 병력이 국회에 진입했다곤 하지만, 절대적으로 수가 적었고 지역 봉쇄와 인파 진압은 경찰 기동대와 비교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이던 이날 자정께 조지호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시작했다.
이 시점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 상황실에서 경찰력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회의가 아직 진행 중이던 4일 오전 12시50분께 서울경찰청은 기자단에 "오전 1시를 기해 ‘을호비상’을 발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을호비상은 갑호비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경찰 지휘관·참모는 지휘 선상에 위치해야 하고 가용 경찰력 50% 이내에서 동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을호 비상 발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청 간부회의가 끝나던 시점인 오전 1시40분께 “경찰청의 지시로 을호 발령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전했다. 조 청장과 경찰청이 국회의 계엄령 반대 결의안 통과를 보고 당장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는 서울경찰청을 저지시킨 모양새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몰랐던 정황도 확인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 청장은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약 4시간 전인 오후 6시20분께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사무실에 대기하라’는 지시받았다. 조 청장은 “사전에 비상계엄 선포는 사실은 몰랐고, 상황이 돼서야 파악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김봉식 서울청장은 지휘체계를 건너뛰어 국회에 경찰력을 동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력을 보낸 김 서울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찰 계급서열 2위인 치안정감까지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을 했고, ‘용산 군경 핫라인’에 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