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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동덕여대 교수 5인 “학교가 학생 지켜야”···교수사회도 ‘학교 불통’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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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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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갈등을 두고 학생들의 ‘공학 전환 반대’ 주장에 공감하는 교수들이 침묵을 깼다. 학생들의 과격한 표현 방식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제자를 포기하는 스승’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학교 측이 학생들 시위로 인한 수십억원대 피해를 내세우고, 폭력 행위의 주동자를 찾겠다며 학생들을 형사고소하는 등 강경 일변도 대응만 하다가는 학교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만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덕여대 교수들은 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많은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 학생을 압박하고 외부 공격에 내모는 학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들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비민주적·강압적인 학교의 태도가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공학 전환에 대한 학생 측의 거센 반발의 뿌리는 학교 측의 불통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했다.


“학교가 교수들에 징계 압박하며 학생들에게 ‘F학점’ 주라 하는 상황”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은 확정된 게 아니며 추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다”는 입장을 냈다. 논의가 설익은 단계에서 학생들이 보인 반응이 성급하고 거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동덕여대 교수들은 “애초에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며 “학교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A교수는 “의견 수렴 예정이었다는 학교 측의 말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믿지 않는다”며 “학과 통폐합 때도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었고, 계속 학생들은 무시당해왔다고 느낄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B교수는 “학생들의 분노가 정당하다”며 “학교가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하거나, 학생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적도 많아서 공학 전환 역시 학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교원 임용 등 목줄을 쥔 학교 측이 교수들에게도 일방의 입장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교수는 “학생들의 ‘수업거부 시위’를 존중해 휴강하려는 교수들을 학교가 압박하고 있다”며 “학사 일정을 조정하고 학생들과 협의하길 바라는 교수들도 많지만 학교가 징계를 들이밀며 ‘학생들에게 F를 주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학교 측이 공개한 ‘교수 호소문’를 두고도 비슷한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동덕여대 측은 학내 교수 256명이 “학생들의 불법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B교수는 “많은 교수가 호소문에 분노해 서명을 거부했으나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아 교수가 학교 편에 선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C교수는 “학과 차원에서 서명을 하자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도 있다”며 “이름을 올린 이들도 100% 학교 입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학교가 생각하는 ‘대학 발전’이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공학 전환’을 두고도 교수 사회 내에서 이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A교수는 “여대의 공학 전환은 나라로 따지면 ‘헌법을 바꾸자’는 수준의 논의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민감한 게 당연하다”며 “일부 단과대에 남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는 것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여대의 존재 이유’에 대한 학교 측의 고민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D교수는 “여대는 여성 고등교육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교묘하게 뿌리내린 차별에 대해 논의하는 장의 역할을 한다”며 “학교 측은 ‘대학 발전’을 위해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과연 학교 측이 생각하는 대학 발전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교수는 “외부에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대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길러왔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학교의 공학 전환 논의가 자아 개념에도 손상을 줄 만한 사안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시급한 학생 보호…“교육자로서 부끄럽고 참담해”


교수들은 학생들을 향해 쏟아지는 외부의 비난과 공격을 방치하는 학교의 태도가 문제라고도 했다. 동덕여대는 앞서 신남성연대 집회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학생 안전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덕여대 학생을 거르고 싶다’ 등의 문제적 발언이나 혐오 표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학교 측은 “(이번 시위로 인해) 대학의 이미지와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져 취업의 길이 막막하다”며 외부의 비난에 동조하는 입장을 냈다.

교수들은 이 같은 학교의 대응에 대해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D교수는 “대학은 질문하고 저항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고 저항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학교가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E교수는 “학교가 학생들을 야단치듯 대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가 소통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A교수는 “신남성연대 같은 단체들이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할까봐 걱정된다”며 “대학은 학생들 덕에 존재하는 만큼 학생 보호가 우선시 돼야 하는데 학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C교수는 “그간 총학생회 입장을 보면 학생들은 학교에 대화를 시도하지만 학교는 전혀 소통의 의지가 없고 처벌할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다른 곳도 아닌 학교가 학생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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