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등본만 봤어도…4000억 챙긴 방시혁 눈치챌 수 있었다
방시혁-사모펀드 '주주간 계약' 눈치챌 수 있었는데…
이스톤PE 등기부등본만 봤어도
하이브 상장 때 손놓은 거래소
이스톤PE 임원이 하이브 임원
이해상충 이슈가 있는 임원 구성
이스톤PE 등기부등본서 드러나
2020년 거래소 심사 땐 '방치'
상장 직후 급락하자 뒷북 대응
뒤늦게라도 바로잡을 기회였지만
거래소 조사도 '흐지부지' 끝나
하지만 주주 간 계약서를 몰랐어도 신생 PEF를 둘러싸고 의심할 만한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방 의장 측근이 세운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등기부등본만 떼어봤어도 주주 간 계약의 실체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하이브 사태로 상장 첫 관문인 거래소의 부실 심사가 도마에 올랐다.
속았나, 무능했나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은 이스톤PE 등기임원 이름만 유심히 봤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김중동 당시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이승석 당시 하이브IPX 대표는 이스톤PE 등기임원을 지내다가 각각 사임하고 하이브에서 주요 임원으로 일했다. 소수 지분을 투자한 PEF 임원이 사외이사가 아니라 상근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심지어 심사 과정에서 김 CIO와 이 대표 등은 하이브 소속으로 거래소 실무 미팅에도 참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지분을 가진 신생 PEF에 조금만 궁금증이 있었어도 뭔가 의심하고 각종 서류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기본적인 대주주 투명성 관련 심사를 했다면 주주 간 계약은 놓쳤어도 최소한 자발적 보호예수는 받아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브 상장 심사에 구멍이 뚫린 것은 대어급 IPO 기업에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글로벌 시장을 휩쓸던 시기여서 상장 승인을 너무 당연시했다가 투자자 보호 사안을 놓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 등 대형 증권사가 주관사단을 구성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한 IPO 전문가는 “대표 주관사들이 중요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계약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관사에 맡기고 뒷짐만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하이브 주관사가 주주 간 계약을 공개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들 때 거래소에 문의하면 될 일을 왜 스스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라며 “관행적으로 주관사에 맡기고 거래소는 뒷짐만 지고 있으니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최석철/조진형 기자 dolsoi@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20289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