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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소꿉친구와 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다 (feat. 채수빈, 공명, 규현)
4,426 22
2024.12.03 09:33
4,426 22

도진역: 공명

해주역: 채수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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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도진에게는 작은 고민이 있었다. 
해주에게 사탕 다발을 건네곤 멋쩍게 웃으며 뛰어가는 남자아이를 본 직후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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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그 사탕다발을 들고 도진을 바라보던 해주를 본 직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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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놈의 인기는 식지를 않아.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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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 너 딸기맛 좋아하니까… 이게 딸기 같다."
"됐어. 나 안 먹어."
"왜? 다른 거 줘?"
"아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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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를 내… "
"화 안 냈어."
"지금 그런 게 화가 났다고 하는 거야."
"아니! 말실수 했어. 아 그러니까, 네가 의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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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한 얼굴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도진을 뒤따라 나온 해주는 한참 동안 꽤 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 수많은 단어들 중 도진의 귀에 제대로 전달되는 단어는 특별히 없었다. 
어쩐지 등 뒤에 두기보단 품에 감추고 싶어진 마음처럼. 
앞으로 둘러멘 도진의 까만 책가방 속에는 해주에게 주려던 사탕이 예쁘게 포장되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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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좀 보여주지? 하며 웃는 해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도진은 가방을 더 깊이 품에 감추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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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같이 떡볶이를 먹던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친구다.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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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손 선풍기를 들고 멍 하니 있는 해주의 볼을 쿡 찍러오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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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이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씨익 웃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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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딱 아는 건 진짜 너 밖에 없어."
흘러가듯 내뱉는 해주의 말에 도진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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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막 시작되던 무렵의 어린 시절에도 비옷을 입고 골목을 달리던 어린 해주와 도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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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안 가지고 왔다는 해주 앞에서 도진은 의기양양하게 우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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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쓰기엔 터무니없이 작았던 우산을 함께 쓰고 학교를 가로지르는 해주의 시선은 한동안 도진의 어깨에 머물렀다.
흠뻑 젖은 도진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물안개가 이 순간을 감싸고. 해주의 귓가에 두근거리는 심장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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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가 의자에 앉은 도진의 머리에 젖은 물기를 닦아주는가 싶더니 이내 또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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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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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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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키득 웃으며 장난을 이어가는 해주의 손을 도진의 커다란 손이 가볍게 잡아 밀어내고. 도진이 말갛게 해주를 올려다본다.
그 짧은 순간 해주의 눈앞에서 여러 개의 잔상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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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금 뭐 한 거지! 미친 건가!
해주는 조금 전의 상황이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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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해주야 같이 가!"
"오지 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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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을 피해 도망치던 해주의 손 틈새로 도진의 크고 단단한 손가락이 맞물려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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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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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는 말이 제법 어울릴 만해지는 사이, '연인'이라는 관계에도 제법 익숙해진 도진과 해주였다.
타고난 주당이었던 해주는 오늘도 혼자 소주 세병을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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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의 자취방. 아침잠과 술기운이 나른하게 뒤엉킨 사이 해주는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는 손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한결같이 뺨을 찔러오는 도진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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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냄비에 끓인 해장라면을 먹었다. 물론 도진이 끓인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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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의 자취방이었던 공간에는 어느새 도진의 물건들이 자연스레 채워져 있었다. 

이쯤 하면 새롭게 두근거리는 것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것들이 더 많아진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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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사원증을 들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해주를 보며 도진은 마치 자기가 취업에 성공이라도 한 양 함께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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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도진은 해주가 퇴근해 오기 전까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저녁때 맞춰 식사 준비를 하며 해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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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을 받던 날, 해주는 도진에게 만년필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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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번 돈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어른이 되길 잘 했다. 생각하며 해주는 함박눈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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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준비해 놓은 저녁이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을 도진 혼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갔다.
"늦었네. 씻고 밥 먹자. 너 좋아하는 순두부 했어."
"미안. 피곤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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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따뜻한 차 줄까?"
"아냐 괜찮아. 내일 또 일찍 나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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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의 얼굴 위로 몰려오는 시무룩한 기색을 해주는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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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과 해주는 각자의 회사에서 제각기 바빴다. 적당한 사회생활과 적당한 업무의 연속은 특별히 즐겁지도 특별히 괴롭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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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씨, 이제 인턴 곧 끝나죠? 이거 한번 지원해 봐요. 연구2팀이 아예 담당하는 거에요."
상사가 파일 철에서 내민 종이에는 지방 지사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1년 동안 파견 근무를 하고 난 후에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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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게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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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 채 매일 출퇴근을 하고, 가끔 장을 본 바구니를 들고 있거나 게임 상자를 들고 걷거나.
마치 서로의 반대편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처럼. 둘은 각자의 앞만을 보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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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사를 준비하는 날이 왔다. 대학시절부터 꽤 긴 시간 동안 둘을 품어주었던 둘의 자취방을 정리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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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로 짐 상자가 하나둘 씩 쌓이고. 어느새 텅 비어버린 방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진짜 가네."
"응. 진짜 가지."
"해주야."
"응?"
"… … 아니. 밥 잘 챙겨 먹고. 이번 주에는 내가 내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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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에 짐을 풀면서. 해주는 도진의 흔적이 이렇게 많았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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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메세지 같은 것은 오늘도 떠 있지 않았다. 무려 '오늘도'. 마지막 연락을 주고받은 게 언제였더라.
해주는 슬그머니 서운함이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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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복도에 선 도진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주의 문자를 못 본 것이 아니다. 다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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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씨, 펜 있어? 펜?"
"네? 펜이요?"
코트 안 주머니에서 익숙하게 펜을 꺼내 상사에게 내밀던 도진은 순간 심장이 덜그럭하는 것을 느꼈다.
해주가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선물해 주었던 만년필이다. 한때는 아까워서 제대로 쓰지도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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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이제야 연락을 해? 문자 보낸 지가 언젠데 한참 만에 답을 해 온 도진이 괘씸했지만 '보고 싶다' 네 글자에 참기로 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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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의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당연하게 도진의 손가락이 해주의 볼을 찔러 왔다.
"뭐야 너 진짜… … ."
"미안. 너무 바빴네. 잘 지냈어?"
"그래! 잘 지냈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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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붕어빵 먹을래? 근처에서 팔더라."

"어? 너 먹어… … "
"맛있는데. 하나 하지?"
"나 팥 안 먹잖아."
순간 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도진이 팥을 안 먹는다는 것 정도는 당연하게 알고 있는 해주였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이 나와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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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초저녁을 지나자 함께 가던 단골 가게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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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지만 해주는 아까부터. 어쩌면 보고 싶다는 도진의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무언가 마음에 가시처럼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예감은 때때로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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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야… … "
"응?"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도진의 표정을 그저 바라보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해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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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눈 비벼가며 그댈 찾던. 혹시 어디 다칠까봐 마음 졸이던. 그런 내가 네 옆에 없을 거야 이젠. 그러니 마음 굳게 먹어야 해.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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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어있는 해주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손. 
고개를 돌리면 당연하게 볼을 찔러오는 기분 좋은 손에 웃으며 눈을 뜬 해주의 시야로 텅 빈 방 안의 풍경이 하나 둘 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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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겨진 겨울 속에서… … 해주는 둥글게 몸을 말아 스스로를 감싸 안으며 눈을 감았다.
 
규현이 2020년~ 2022년에 계절마다 한 곡씩 냈던 프로젝트계에서 마지막날에(겨울), 커피(봄), 투게더(여름), 연애소설 네곡에서 이어지는 드라마 타이즈 뮤비가 나왔었는데 그 뮤직비디오 캡쳐야! 아래는 그 네곡 뮤비 드라마버전 합본
https://youtu.be/A7DOkRNlyo4
 
모두 4편의 규현 뮤비에서 이어지는 연애소설 끝!
 
+) 소설 내가 쓴 거 아님. 규현 앨범에 진짜 소설이 있음.
 
+) 마지막날에 바로 직전 계절에 냈던 곡이 "내 마음을 누르는 일"인데 여긴 유연석 나옴
https://youtu.be/PS_K1Ypi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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