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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명사에게 듣다] 유현준 건축가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만의 시선이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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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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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유튜버, 작가인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유현준 교수.

그는 일반적인 ‘지식소매상’들과 다르다. 타인의 지식을 세공해 일시적인 지적 충만감을 주는 부류는 아니다. 그가 주는 것은 지식이기 전에 '공간'이라는 렌즈였다. 인문학, 사회학, 공학, 미학 그 어디쯤의 경계에서, 우리 주변의 “공기처럼 존재하는” 공간을 읽고, 건물이 개인과 사회에게 주는 영향을 사유하게 했다. ‘공간은 물리량이 아니라 (그 속에서 경험한) 기억의 총합’, ‘소득이 적은 사람이 온라인 공간에 오래 머문다’, ‘건축의 주인공은 건물이 아닌 사람’, ‘공간은 삶에 영향을 준다’…. 등등의 말처럼.

유 교수는 하버드와 MIT,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무수한 이력서를 쓰며 방황했다. 한국에 돌아와 사무소를 열었지만 일은 없었다. 그러던 2017년, tvN ‘알쓸신잡2’에 등장하면서 ‘대중 강연가’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21년에는 아예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었고, 현재는 13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 건축가가 된 그는 최근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 설계 공모에도 당선됐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방송’의 힘일까?

그는 확실하게 짚는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데에는 ‘알쓸신잡2’ 출연 이전,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가 있었다고. “제 커리어에 있어 가장 영향을 끼친 건 이 책이에요. 방송이 저 개인을 대중에게 알렸다면, 책은 제가 어떻게 도시를 바라보는지를 세상에 알려줬으니까요.” 말과 글로 지어진 책과 유튜브, 그리고 흙과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소통하는 유현준을 만났다. 그가 살고 쓰고 말하는 법, 그러니까 세상을 보는 법을 엿보기 위해서.

 


Q. 요즘의 하루하루를 구성하고 있는 공간들이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간단하게 운동한다. 물론 여유가 있을 때만.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고, 강연이 있으면 중간중간에 나간다. 지방도 많이 다니고. 저녁때는 가족과 있으려고 가급적 약속을 안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애들이 다 커서 집에 잘 없더라. (웃음)

Q. 2028년 완공 예정인 JYP 신사옥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현재 건축가로서 가장 몰입하고 있는 공간일까?

그렇다. 건축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행 중이지만, 이 건이 특별한 이유는 굉장히 복잡해서다. 방 종류가 한 1,000가지는 넘는 것 같다! 이렇게 복잡한 프로젝트는 병원 이후로 처음이다. 생각해봐라. 일반 오피스를 설계하면, 대체로 일괄적이다. 사무직을 위한 방이 대부분이다. 아파트를 지어도 1인 가구나, 가족들이 살 곳을 짓는 거다. 병원 설계가 복잡하다고 한 이유는 간호사, 의사, 간호조무사, 각종 수술실...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는 더 복잡하다. 아티스트들 방 옆에 일반 사무직도 있고, 작곡가와 안무가와, 다양한 종류의 크리에이터들과 셀럽들이 있다. 작곡가 방도 세세하게 구분된다. 건물 안에서도 복잡한 사회의 구조를 띤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동선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JYP HQ designed by Hyunjoon Yoo Architects. [사진=유현준 인스타그램 캡처]


Q.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한다’라는 평소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그리고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도전적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무되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JYP에서 처음 설계를 공모할 때,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다수 공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DDP, 노들섬을 설계한 작가들도 있었다. 한국 건축가는 나 혼자였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하자’라고 했는데 우리가 됐다. 기뻤다.

건축주가 첫 번째로 원한 건 ‘창의적일 수 있는 건물’인데,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자연, 또 사람과 관계의 접점을 넓힌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밥상머리’ 형태로 둘러앉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 관련 기사를 보면 ‘뻥 뚫린 외관’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좌중 웃음) 그건 핵심이 아니다. 완성되면 알 것이다.

POP부터 게임, 철학 책까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생각하는 법


[사진=유현준 교수 인스타그램]
Q. 인터뷰를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다. 워낙 정보가 많은 분이라서. 그런데 ‘가상 공간’인 SNS에 들어가니 친근감이 들었다. 특히 로제의 ‘APT.’(아파트)에 꽂혀있던데...

하하하. 후킹한 노래이지 않나. 한번 딱 들으면 귀에서 계속 맴돈다. 그리고 내가 윤수일의 ‘아파트’를 듣고 자란 사람이다. (그는 팬들이 올린 로제X윤수일 ‘아파트’ 리믹스 버전 영상까지 피드에 캡처해서 올렸다.) 그 노래랑 다르면서 재미있어서 자주 듣게 됐다.

Q. 내심 로제의 ‘APT.’도 공간적인 렌즈로 설명해줄까 기대했는데...

아이, 전혀 그런 거 없다. 그냥. 노래가 좋아서 들었다. (웃음) 참 좋더라.

Q. 건축가에 교수인데 음악,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시간은 어떻게 내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누구나 자기가 재미있고 즐거운 건 시간을 내서라도 한다. 음악만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또 우리 큰아들이 평소에 추천을 많이 해주는데,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만든 손오공 게임을 알려줬다. 게임 앞에 짧은 영상이 나오는데, 와 놀랍더라! ‘중국에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나?’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이 집단에 대항하는 얘기여서다. 물질주의적인 노승이 나오는데, 그건 정치가를 풍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게임 영상이라 (심의에) 안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냥 내 해석이다.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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