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계약 해지 케이스는 없었다.”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전례 없는 ‘무소송 전략’을 택한 가운데, 지루한 소송전 없이 독자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 30분 서울시 강남구 모처에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자정부터 뉴진스와 어도어는 계약을 해지할 것을 말씀드린다”라고 선언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결별은 어느 정도 예측됐던 바다. 뉴진스가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 상황에서 민 전 대표의 편에 섰고, 지난 달 13일에는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진스의 ‘무소송’ 전략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뉴진스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법적 다툼을 통해 어도어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 통보라는 전례 없는 방식을 택했다.
뉴진스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계약 위반으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이다.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다.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희는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활동했기 때문에 위약금을 낼 이유도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한 가수들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뉴진스와 같이 무소송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뉴진스의 계약 해지는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조계는 계약 해지는 일방의 의사 통지가 도달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뉴진스 입장에서는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뉴진스는 왜 이전의 다른 그룹과 같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고 곧장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을까.
새올의 이현곤 변호사는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소송을 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뉴진스는 그걸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뉴진스가 독립하는 걸 아무도 막을 수 없다”면서 영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어도어 소속으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송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한다면 제약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뉴진스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향후 어도어는 뉴진스의 독자적 활동을 막기 위해 활동금지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티스트(뉴진스) 활동을 지원하고 글로벌 아티스트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어도어의 입장과 상충, 스스로 신뢰관계 파탄을 증명하는 셈이라 고심되는 부분이 있을 터다.
뉴진스는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자유를 선언했고, 어도어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상호간의 오해를 풀고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뉴진스 멤버들을 붙잡고 있다.
하이브가 지난달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에서 “어도어는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로부터 2024년 11월 29일 자정(0시) 부로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수령했다”며 “본 계약 해지 통보 관련해 적절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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