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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한국, 2024년 이스라엘에 무기 84억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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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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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국제 뉴스를 샅샅이 읽어요. 집 근처에 로켓이 떨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새벽 5시면 바로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죠. 어떤 때는 답이 오고 어떤 때는 읽음 표시만 떠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쨌든 살아 있다는 거니까.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 가족 곁으로 가고 싶어요. 그런데 이모는 ‘바보 같은 것, 너 하나라도 살아야지. 우리가 다 죽으면 너라도 살아서 우리 얘기를 전해야지’라고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더 두렵고 불안해져요.”

나리만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출신 유학생이다. 배우 박신혜의 팬이다. 한국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이 자국 팔레스타인과 닮았다고 느꼈다. “일제강점기를 겪었으나 식민 통치를 벗은 한국을 롤모델 삼고 싶었다”고 했다. 2023년 8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땐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 머무는 사이 가자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 이스라엘에 80억원 이상 수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유학생 마리얌도 있다. 대학에서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했다. 현대차 등 제조 대기업이 많은 한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었다. 2021년 9월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와 석사 학위 과정까지 마쳤다. 역시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가자에 살던 가족은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마리얌은 매일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다.

“천막촌에 있는 가족들에게 매일 연락해요. 아무 일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 살아 있는지…. 반나절이 지나도록 답이 안 오면 견딜 수 없어져요. 그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요.”

가자 전쟁은 2023년 10월7일 개전했다. 이후 420일이 넘는 동안 4만 명 넘는 가자지구 주민이 숨졌고, 10만 명 넘게 다쳤다. 나리만과 마리얌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규탄하지만, 이 공격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한겨레21의 단독 취재 결과 한국의 2024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금액은 최소 80억원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와 캐나다 등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무기 수출 중단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한국은 수출로 포장된 ‘분쟁 장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총포·탄약 등 무기로 쓰였나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이 이스라엘에 팔아치운 무기 거래 총액은 모두 599만9942달러(약 84억원)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최근 비밀리에 입수한 수치다. 2023년에도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1620만166달러(약 227억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팔았는지 세부 현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에 주로 보도된 ‘무기·총포탄과 이들의 부분품과 부속품’(관세코드 HS93)이 상당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육지전에 쓰이는 화기·폭약·총기·지뢰·탄약·총포탄·검·창·미사일과 그 부품이 총망라돼 있다.

이런 무기의 존재 하나하나가 가자지구의 위기와 직결된다. “제 사촌의 남편은 빵을 사러 나갔다가 총에 맞아 오른손이 통째로 날아갔어요. 마리얌의 17살 사촌도 총에 맞아 죽었고요. 그냥 총 한 자루, 탄약 하나일 뿐이라고요? 그 탄약 한 발에 사람이 죽고 다치고 가정이 통째로 무너지는데도요?” 나리만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한 2023년 10월 가자 전쟁 개전 이후에도 한국은 무기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공개된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7개월간(2023년 10월~2024년 4월) 128만달러(17억여원) 정도였다. 한 달 평균 18만달러를 판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연대가 입수한 무기 수출액 599만9942달러를 한 달 평균으로 환산하면 74만9천달러가 된다. 이전까지 알려진 수치보다 4배 정도 많다.

이스라엘에 수출한 전차·장갑차류(HS 8710)도 2023년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2022년 1만달러(약 1400만원) 수준에 불과하던 전차 수출은 2023년 들어 83만2천달러(약 11억원)로 80배 뛰었다. 2024년 1~10월 누적치도 10만1천달러다. 2020년까지 수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전차류는 이스라엘 가자 침공 전후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국제사회가 각국 정부에 ‘이스라엘을 무장시키지 말라(Stop Arming Isrel)’고 요구하는데 한국은 미적거리고만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이스라엘의 무장에 기여하는 일은 그 자체로 팔레스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통계와 관련해 방위사업청과 관세청은 “특정 국가에 대한 무기 통계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겨레21에 밝혔다.

영·독·프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 중단”



물론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쓰이는 한국산 무기는 전체 무기 총량에 견주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이스라엘이 쓰는 무기의 69%는 미국이, 30%는 독일이 공급한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리포트) 99%를 뺀 나머지 1% 무기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한국 등이 나눠 공급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F-35 전투기 부품을 영국과 네덜란드가 조달하는 식이다.

가자 전쟁 이후에 나온 ‘국가적 양심선언’은 이들 1% 국가가 주도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가 가자 전쟁 개전 석 달 만인 2024년 1월 가장 먼저 이스라엘 무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2월에는 네덜란드 법원이 F-35 전투기 부품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3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이스라엘에 탄약 공급을 끊는 동시에 미국으로 우회 공급될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과의 탄약 계약도 끊었다. 9월엔 영국과 독일 정부가 각각 일부 품목에 한해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는 2024년 6월 라파 공습 이후 이스라엘 기업을 자국 무기박람회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비록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는 10월에도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을 그만두자”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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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 국가가 공식 선언과 달리 여전히 일부 무기를 몰래 수출한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입장 없이 침묵하는 한국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이들 국가의 공식 선언에 시민사회의 영향이 컸다. “고향에선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 전쟁을 논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도 수천 명이 참석해요. 아마 정부가 그 여론을 무시하지 못했을 거예요.”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석한 네덜란드 유학생 요마가 한겨레21에 말했다. 유럽 각국 대학에선 학생들이 가자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진압당하기도 했다.


https://naver.me/xAFsq7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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