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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청룡영화상] "만장일치vs불꽃경합"…청룡영화상 심사표 공개..최초 4차 투표 진행 '大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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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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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역대급 대접전!"

 

청룡영화상 심사 진행 이래 가장 치열했던 심사였다. 누가 받아도 이견 없었던 웰메이드 수작이 상당했던 청룡의 해, 고민에 고민을 더해 선택된 영광의 얼굴들이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말해주고 있다.

 

제45회 청룡영화상이 지난 11월 29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지난 2023년 10월 12일부터 2024년 10월 10일까지 국내 개봉 및 공개(OTT)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총 16편의 한국 영화, 10명의 감독, 30명의 배우가 18개의 부문 후보에 올라 각축을 벌였고 그 결과 가장 뛰어난 작품성과 연출력, 열연을 펼친 작품과 감독, 배우, 스태프에게 최고의 영예가 돌아갔다.

 

청룡영화상은 8명의 심사위원과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한 총 9표 중 과반수 득표수를 받은 후보를 수상작(자)으로 정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평가하며 모든 작품, 배우에게 공정한 심사를 내리기 위한 방식으로 청룡영화상이 국내 최고의 공신력을 인정받는 비결이다. 한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관객에게 영감을 준 후보작(자)을 꼼꼼하게 평가, 면밀한 심사를 거쳐 올해 최고의 작품과 배우를 선정했다.

 

올해 심사는 시상식 당일인 지난 29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약 4시간의 심사위원 격론 끝에 영광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8명의 심사위원은 심사 결과 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열띤 토론으로 작품과 연기를 평가, 수상작(자)을 선정했다.

 

 


▶ "영화 초심 찾게 만드는 괴물 신예들"…신인상, 각축 그리고 또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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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 감독들도 넋을 잃게 만드는 괴물 같은 신예들이 등장했다. 엄청난 몰입감과 폭발하는 에너지로 관객을 집어삼킨 천재들의 전성기가 펼쳐진 한해였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신인남우상에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드라이브' 박주현, '너와 나'의 조현철 감독이 충무로의 미래를 밝혔다.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은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과 '파묘' 이도현의 경쟁이 치열했다. 먼저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로 누구에게나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청춘 장흥수를 연기한 노상현에 심사위원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강한 퀴어 코드임에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장르적 호감을 만들게 했다. 앞으로 다른 장르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봤다"고 호평을 전했다. 노상현과 2차전까지 경합을 펼친 이도현도 만만치 않은 심사평을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파묘'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절제된 듯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거대한 의미가 담긴 오컬트 스토리를 선망(善忘)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고 지지를 보냈다.

 

신인여우상은 '드라이브' 박주현과 '파일럿' 이주명의 싸움이었다. 특히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납치돼 달리는 차 트렁크에서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으로 6억5000만원을 모아야 하는 유튜버 유나 역을 맡은 박주현에 심사위원의 호평이 더 힘을 받았다. 심사위원은 "자동차 트렁크라는 협소한 여건 안에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안에서 배우가 노력하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한계가 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박주현에 이어 심사위원의 픽을 받은 박주명은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는 평가로 눈길을 끌었다.

 

청룡영화상 심사 이래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각축을 벌인 부문은 다름 아닌 신인감독상이었다. 무려 4차 투표까지 이어질 정도로 팽팽한 심사가 이어진 대목이다. '핸섬가이즈'의 남동협 감독, '장손'의 오정민 감독이 심사위원들의 고른 득표를 받으며 접전을 이어갔다. 그 결과 '너와 나'의 조현철 감독이 올해 신인감독상으로 선정됐다. 지난 2022년 배우 출신 감독으로는 청룡영화상 최초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헌트'의 이정재 감독에 이어 두 번째 배우 출신 감독이 탄생한 것. 심사위원들은 "'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만 할 수 있는 느낌의 영화다. 마치 일본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 같은 느낌도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건을 메타포가 많이 담긴 영화로 만들었다.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조현철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라면 못했을 영화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너와 나'의 자리를 위협한 '핸섬가이즈'는 편집, 미장센 등 신인 감독이라곤 믿기지 않을 높은 완성도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다만 '핸섬가이즈'는 호불호부터 리메이크된 영화라는 대목에서 아쉽게 신인감독상을 놓쳤다.

 

 


▶ "웃상이 무섭기는 처음"…조연상, 압도적이란 말도 부족하게 느껴질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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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심사위원들이 괴로움의 절규를 내지르는 부문이다. 연기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총집결, 모든 후보에 감탄과 경의가 연이어 터지는 역대급 부문이다. 그 어려운 장벽을 넘고 넘어 찬란한 영예를 안은 올해 청룡영화상의 조연상은 '베테랑2'의 정해인, '로기완'의 이상희가 차지했다.

 

최근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을 통해 '국민 엄친아'로 등극한 정해인은 극과 극 얼굴로 '베테랑2'까지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며 '대세'를 입증했다. '베테랑2'에서 강력 범죄자를 반드시 응징하는 경찰인 줄 알았으나 선한 얼굴 뒤 숨겨진 서늘하고 섬뜩한 빌런 박선우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든 정해인에 대해 심사위원은 "그동안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많이 하면서 상대 배역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힘을 키웠다. '베테랑2'에서 정해인은 '엄마친구아들'과 정반대의 느낌이라 많이 놀랐다. 선한 미소를 탑재한 '엄친아' '멜로남'인줄 알았는데 '베테랑2'에서 특유의 선한 미소 하나로 섬뜩함을 안기는 변주를 줬다"고 평했다. 반면 정해인인 만큼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얻은 '핸섬가이즈'의 이희준은 "캐릭터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라고 호평을 자아냈다.

 

'천의 얼굴'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던 여우조연상은 '로기완'의 이상희가 차지했다. '로기완' 주역 중 청룡영화상에서 유일하게 후보로 이름을 올린 대표 선수 이상희는 여우조연상 후보 중 가장 짧은 분량임에도 특유의 미친 존재감으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이상희는 '로기완'에서 벨기에 정육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출신으로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이방인 로기완(송중기)을 무심히 챙겨주고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동료 선주를 연기했다. 이상희에 대해 "기존에 알던 이상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였다. 과거 이상희는 '대학로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혔는데 이제는 전도연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로 성장했다"고 극찬했다. 임지연에 대해서도 '리볼버'에서만큼은 전도연을 뛰어넘는 존재감이라는 평을 받았다.

 

 

 

 

 

▶ "아무래도, 단연"…주연상, 심사위원도 네티즌도 '만장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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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만명에게 간헐적 고혈압을 선사하고, 접신을 걱정하게 만들 정도로 신들린 연기를 펼친 메소드 연기였다. 최고가 인정한 최고란 이런 것일까. 청룡의 해는 그 누구도 이견을 내뱉을 수 없는 황정민, 그리고 김고은의 해였다. 청룡영화상이 사랑하는 명배우 황정민이 '서울의 봄'으로, 김고은이 '파묘'로 주연상을 가져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본 모든 관객에게 뜨거운 울분과 분노를 선사한 황정민. 수많은 N차 관람과 화제를 모은 심박수 챌린지는 바로 '서울의 봄' 전두광 그 자체가 됐던 황정민이 만든 산물이다. 앞서 2005년 열린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첫 남우주연상을, 그리고 8년 뒤 2013년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세계'로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은 '서울의 봄'으로 11년 만에 세 번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심사위원들은 "우리 모두가 아는 정치인을 연기한 황정민은 그 익숙한 이미지에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사소한 디테일까지 잘 잡아 연기하며 누가 봐도 '그 사람'임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건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연기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특수분장이 자칫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은데 황정민은 달랐다. 오히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평가' 받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고 찬사가 쏟아졌다.

 

 

"아무래도 올해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관객들마저 연기하다 접신되는 거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혼연일체 된 열연을 펼친 '파묘'의 김고은. 매 작품 장르를 불문하고 캐릭터도 불문하는 김고은에게 '파묘'는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찍는 최고의 '인생캐'다.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탑클래스 무당 화림으로 '파묘' 안에서 작두 탄 김고은에 여우주연상은 이견 없는 '만장일치'였다. 심사위원들은 "올해는 김고은의 시대다. '대도시의 사랑법'도 좋았고 앞선 '파묘'도 너무 좋았다. 독보적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렸던 연기다. 실제 무당을 찾아가 캐릭터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런 작은 정성이 지금의 '파묘' 화림을 만들 수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김고은의 전성시대 아닌가"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네티즌 표까지 심사위원 전원의 선택을 받은 김고은은 2017년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아이 캔 스피크'로 최고령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 이후 7년 만의 여우주연상 만장일치이며, 2012년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은교'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후 12년 만의 청룡영화상 영예로 의미를 더했다.

 

 


▶ "한 우물 판 장인들의 향연"…감독 및 최우수작품상, 'K-장인정신'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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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1997년 '비트'로 한국 영화 피카레스크 범죄물의 새로운 활로를 연 김성수 감독이 29년간 한 우물을 파더니 결국 경지에 올랐다. 그리고 이러한 명장 김성수 감독을 보고 자란 또 다른 노력파 키드 장재현 감독 역시 '고집'을 바탕으로 뚝심 있게 자신만의 'K-오컬트 유니버스'를 완성하더니 마침내 기분 좋은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그리고 관객이 뽑은 최고의 작품과 감독은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었다.

 

 

작품에,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눈물의 수상 소감으로 모두의 박수를 받은 장재현 감독은 불모지와 같았던 K-오컬트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보게 한 진정한 '오컬트 광인'이다.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로 강렬하게 데뷔한 장재현 감독은 이후 2019년 '사바하'로 두 번째 오컬트를 선보였고 마침내 세 번째 오컬트인 '파묘'로 완벽한 '장재현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의 오컬트를 선사했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1191만명의 관객의 무한 지지를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거듭났고 올해 청룡영화상에서는 감독상으로 전성기를 과시했다. '파묘'는 올해 청룡영화상 감독상(장재현), 여우주연상(김고은), 촬영조명상(이모개·이성환), 미술상('파묘')까지 4개 부문을 가져갔다. 심사위원들은 "장재현 감독의 세계관이 정말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했다. 한 우물을 파는 장재현 유니버스가 점점 진화되고 완성된 느낌을 이번 '파묘'에서 확실하게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장재현 감독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불호가 컸던 오컬트 장르를 대중적인 장르로 만든 장본인이다"고 덧붙였다.

 

 

청룡영화상 최고의 영예, 최우수작품상은 단연, '서울의 봄'이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실화 소재의 영화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해 1312만명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서울의 봄'은 정교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까지 모든 구성이 완벽하게 잘 짜인 마스터피스다. 심사위원들은 "'서울의 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스크린 국가대표 느낌이다. 대중에게 다시 한번 아픈 역사를 일깨웠다는 지점이 가장 의미 있는 것 같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실존 인물에 대한 평가로 많은 우려가 있었고 그로 인해 '서울의 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중압감을 가졌지만 김성수 감독과 제작진의 뚝심으로 밀고 나간 수작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가 1년 뒤까지 관객의 입에 회자되기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걸 '서울의 봄'이 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서울의 봄'은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황정민), 편집상(김상범), 최다관객상까지 '파묘'와 마찬가지로 4개 부문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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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룡영화상 심사위원(가나다순) : 강윤성 감독, 고재완 스포츠조선 엔터비즈팀 부장, 달시 파켓 평론가, 윤성은 평론가, 이종재 감독, 이준우 핸드메이드 스튜디오 대표, 이충현 감독, 천승철 영화사 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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