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체스 챔피언십 2024 가보니
월드체스챔피언십에 참석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운데)와 월드 디펜딩 챔피언인 딩 리런(오른쪽)과 도전자 구케시 디(왼쪽) /X(옛 트위터)
지난달 25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리조트 월드 센토사. 체스판이 놓여진 유리방 안으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들어옵니다. 체스판 양쪽에는 현재 세계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인 딩 리렌과 최연소로 월드 체스 챔피언에 도전하는 인도인 구케시 디가 앉아 있습니다. 허사비스는 흰색을 잡은 구케시에게 수를 들은 후, 첫 수를 두고, 검은색을 잡은 딩 리런에게 수를 들은 후 첫 수를 둡니다. 세계 최고의 체스 대회인 ‘월드 체스 챔피언십 2024′의 시작을 알리는 세레머니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체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월드 체스 챔피언십의 역사도 18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대회의 공식 후원사는 구글입니다. 싱가포르 체스 연맹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고는 “구글이 올해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스폰서가 된 것은 싱가포르와 체스에 있어 획기적인 순간”이라며 “글로벌 기술 리더가 가장 중요한 체스 이벤트를 스폰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구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월드 체스 챔피언십의 공식 후원사가 됐을까요? 돈이 되는 여기힙해 서른 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1>우수한 인재 확보
지난 11월 23일 싱가포르 캐피털 시어터에서 열린 월드 체스 챔피언십 오프닝 세레머니. /이혜운 기자
지난 23일 싱가포르 중심가인 캐피털 극장에서 열린 개막식. 이 곳에 모인 체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고학력 전문직이거나 국가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였습니다.
중국의 체스 영웅 딩 리런의 포스터가 붙은 경기장. /이혜운 기자
당장 현재 월드 디펜딩 챔피언으로 방어전에 나선 중국의 영웅 딩 리런은 4살 때부터 체스를 배운 후 16살에 최고 등급인 그랜드마스터를 취득했고, 베이징대 법학부를 졸업한 엘리트입니다. 싱가포르 체스 위원회 위원인 크리스토퍼 석도 7살 때부터 체스를 배운 후 스탠포드대에 진학해 미 뉴욕의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 중입니다. 석 변호사는 “싱가포르에서는 어릴 때부터 두뇌 개발을 위해 체스를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 포브스지 선정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세에 선정된 작가 카일라 자오도 7살 때부터 체스를 배운 후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오는 “어릴 적부터 체스를 둔 경험으로 최근 소설 ‘최고의 플레이어가 승리하길(May the Best Player Win)’을 쓰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체스는 두뇌 개발에 탁월합니다. 카네기멜론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체스는 장기 기억력, 문제 해결력, 계획력 향상 등에 좋다고 합니다. 즉, 체스 선수로 활동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우수한 인재라는 것이지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인 곳에 구글이 빠질리 없습니다.
<2>과학과 인공지능(AI)의 영감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아버지와 싱가포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미스 허사비스는 4살 때 체스를 시작하여 13살에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처음에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린 나이부터 체스를 두고 저만의 사고 과정을 개선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체스는 인간의 독창성과 기술적 잠재력의 심오한 교차점으로 항상 AI 혁신의 시험장이었다”며 “구글의 가장 초기 AI 혁신 중 일부는 개념 증명으로서 체스를 마스터한 데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체스와 과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허사비스 뿐만 아니라 우수한 과학자들 중에서는 체스를 취미로 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구글은 딥 러닝 개발을 위해서도 체스를 이용합니다. 구글이 2018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한 ‘알파제로’는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아 독학으로 체스 등을 독파한 구글 인공지능입니다.
에밀 수토프스키 FIDE CEO는 “구글의 스폰으로 체스와 기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도전하는 미래를 위한 길을 열었다”며 “선수와 팬 모두에게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습니다.
<3>탄탄한 팬층
대회 스폰서의 기본 기능, ‘홍보’의 기능도 탁월합니다. 올해 최연소로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구케시 디는 가는 곳마다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을 받았습니다. 체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라 코스테뉴크의 인기도 어마어마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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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7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