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2016)의 공유, '또 오해영'(2016)의 서현진이 뭉쳤다. 베드신까지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두 작품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멜로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그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겁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전체적인 전개는 우울하고 어둡게 흘러가는 편이다. 여기에 호숫가에서 시체가 들어있는 트렁크가 떠오르고, 경찰이 범인을 찾고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이 중간중간 배치돼 미스터리한 공기를 더했다.
이 어두움은 작품을 이끄는 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작품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무게감 있는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이 꽤나 높기 때문. 로맨스에 특화된 공유, 서현진이라는 조합만으로 가볍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다소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장면도 수차례 등장한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소재, 이혼한 아내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차 유리창을 부수는 행위, 전 남편의 집에 CCTV를 달아 감시하는 모습 등 거부감을 느끼게 할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물론 그 와중 배우들의 연기는 더없이 완벽하다. 공유는 잘생김을 내려놓고 외로움과 불안함에 잠식된 한정원을 푸석푸석한 얼굴로 그려냈다. 메말랐던 그가 노인지를 만나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조금씩 얼굴이 풀어지는 디테일도 살렸다. 서현진 또한 내면을 감추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노인지의 아우라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모호한 느낌을 강조,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시켰다.
로코물에서 가볍게 쓰이던 계약 결혼 소재가 '트렁크'에서는 무거워졌다. 가정 폭력, 가스라이팅, 스토킹 등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너무 많다. 자극적인 소재를 미스터리 장르로 엮으니 깊이감은 생겼으나,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졌다. 멜로도 생각보다 와닿지 않는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세 이상 관람가.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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