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눈물 줄줄 vs 그 정돈 아닌데...
로 반응이 갈리는 <위키드>의 댄스 파티 장면
그러나 서구권, 특히 영미권에서는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오열파티인데...
왜냐?
바로 영미권에서 하는 '프롬 파티'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임.
프롬파티는 학년말에 열리는 무도회인데 가장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이성친구와 공식적으로 동행할 수 있음. 프롬파티 자체가 영미권 학생들한테 의미가 큰 행사이기도 하고, 같이 갈 이성친구가 없으면 루저 취급하기도 하고 그럼...ㅇㅇ 그래서 이 장면에 대한 이입 자체가 다름.
특히 위키드에서는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렸을 때 (원인 제공도 했지만) 나와 같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춰주는 친구라는 클리셰이기 때문에 오열 버튼일 수밖에..
대충 우리로 치면..
이런 배경에 우정 서사로 눈물 줄줄 뽑는거
+ 댓글에 있던 설명 추가
갑자기 왜 춤을 춘거임?
-> 엘파바는 살면서 한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없음(디파잉 그래비티 가사에 나옴) 자기 아빠 포함해서 멸시와 조롱만 받아왔는데 처음으로 댄스 파티에 초대를 받은 거임. 물론 결국 그게 조롱으로 돌아왔지만, 남에게 처음 받은 선의(글린다의 댄스파티 초대와 모자 선물)에 대한 답을 춤으로 한거임. 여기에서 '선의'는 위키드의 중요한 주제임.
엘파바는 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걸까?
-> 원작이랑 영화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춤 동작인거 맞아. 그래서 처음에 주변 캐릭터들 다 비웃잖아ㅇㅇ 엘파바가 어렸을 때부터 피부색 때문에 집 밖에 나가거나 사교 활동을 한 적이 없음. 그래서 춤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임...
글린다 지가 원인제공 해놓고 마음 편하려고 저러는거 아님?
-> 위키드라는 작품의 특징, 주제를 생각하면 '자기맘 편하고자' 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님. 위키드는 그런 주제야. 글린다의 행동이 마냥 사랑스럽고, 마냥 위선자스럽고 한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느껴지게 만든거 ㅇㅇ 위키드 주제 = '선의', '악행'에 대한 의문.
위키드의 메인 주제는 '인간의 사악함은 어디서 오는가?'야. 왜 인간은 서로를 차별하고, 멸시하고, 조롱할까? 그리고 그 '사악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여기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음. 하나는 그런 차별, 멸시하는 사람들의 사악함과, 그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상에게 싫어하는 이유를 갖다붙이게 위해 '만들어진 사악함'
사실 위키드는 서구권의 '파시즘'을 풍자한 우화임. 다른 인종을 차별하고, 지배하고 노예로 만들고...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다시 그 인종들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ㅇㅇ 인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왔던 이런 행위는 왜 자꾸 나타나는걸까?
그걸 유색인종, 소수자를 상징하는 초록피부 엘피바와 전형적인 금발 백인으로 표현한 글린다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거.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장면에서 '글린다 지가 원인제공해놓고 저러는거 지 마음 편하고자 하는거 아니야?' <- 이거 틀린 말 아니고 작가가 의도한 거 맞음. 뭘 의도한거냐면, 결국 엘파바에 대한 차별은 서구권 백인들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을 위한다면서 위선자로 구는 모습(기부금 행사, 교육제공) 등을 보여줌. 다만, 최소한 글린다는 자신이 한 '악행'에 대한 반성을 하고, 결국 엘파바와 친구가 되는걸 택함. 그게 위선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한걸음 나아간 행동인거지.
작가는 글린다 캐릭터를 끝까지 용서하거나, 선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음. 글린다는 끝까지 꼭두각시 역할 하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걸로 나와. 인간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는 거지. 어디까지를 악으로 봐야하나, 선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기 위해 만든 캐릭터야. 그러니까 글린다를 욕하는 사람도, 이해하는 사람도 나오는건 작가의 의도대로 된거라고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