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방관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다른 통화로 강력한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려고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commitment)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따르지 않으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며, 다른 호구(sucker)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은 브릭스의 ‘탈(脫)달러화’ 움직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릭스는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이 2009년 창설한 비(非)서방 신흥 경제국 연합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입했고,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 6개국이 새로 가입하면서 덩치를 급속히 키우고 있다. 2023년 기준 브릭스 국가들의 합산 국내총생산(GDP)가 전세계 GDP의 37.4%를 차지한다. 현재 40여 개국이 회원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사실상 비서방, 나아가 반미 경제블록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릭스 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탈달러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한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해 새 금융 결제망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올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달러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회원국 간 통화 결제를 늘리고, 브릭스 회원국 내 ‘디지털 통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양국 간 무역 결제의 95% 이상을 달러 대신 자국 통화인 위안화나 루블화로 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한다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를 선호하지만,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선 유세 때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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